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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시2026/01/1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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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기술 패권, 해저를 향하다
- 김윤미 해저지질연구센터장
올해 2월, 트럼프가 중국을 겨냥한 상호 관세를 도입했다. 그리고 두 달 후인 4월, 중국의 반격이 시작됐다.
바로 희토류 7종에 대한 자원 수출 금지 명령이었다. 그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희토류 자석 수출량은 전월 5,800톤에서 3,000톤으로 절반이 증발한 것이다.
한국으로의 수출도 76% 폭락, 미국은 59% 감소했다. 가격은 6배가 뛰었다. 포드의 공장이 멈추고, 스즈키도 모든 모델 생산을 중단했다.
이때, 1777억 원의 국비로 건조된 최첨단 탐사선 한 척이 조용히 닻을 올린다.
길이 92미터에 6,862톤급 선체를 가진 탐해 3호는 바닷속 깊이 묻힌 희토류를 찾아 서태평양 공해로 향했다.

조용한 위기, 더 위험한 경고
1973년 아랍 산유국들이 석유 수출을 중단했을 때, 3개월 만에 유가는 4배 올랐고, 서울 시내 네온사인 70%가 꺼졌다. 일본에서는 화장지 사재기가 벌어졌고, 우리나라는 택시 운행 제한 정책을 실시했다.
반면 2025년 희토류 수출 통제는 상대적으로 잘 체감이 되지 않는 듯하다. 50년 전 석유파동과 비교하면 우리는 여전히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다니며, 전기차로 출근하고,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켠다. 삶의 모든 장면에 희토류가 깔려 있지만, 그 수출 중단 조치가 곧바로 와닿지 않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원의 성격 차이에 있다. 석유는 매일매일 소비되는 에너지원이어서 재고가 떨어지면 즉시 생활이 마비된다. 반면 희토류는 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원료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수 개월분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수출 중단 조치는 지금 당장은 괜찮아 보이지만, 그 재고가 바닥나는 순간이 진짜 위기다.
석유파동 때보다 더 큰 위험 요소는 희토류를 중국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광산 생산의 60~70%, 제련·분리 공정의 85~90%, 완제품인 희토류 자석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러한 압도적인 독점의 지위를 중국은 잘 알고 있고, 미국과 일본이 중국에 압박을 가할 때마다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 들며 상대를 굴복시켜 왔다. 전 세계가 중국 하나에 목줄이 잡힌 셈이고, 중국은 이를 강력한 경제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실에서 현장으로, 해저 희토류 탐사의 시작
어려운 세계정세 속에서 우리나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바다에서 찾았다. 올해 7월 14일, 진해항을 떠난 탐해 3호의 목표는 서태평양 공해상 해저퇴적물에 숨겨진 희토류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020년부터 4년간 태평양 해저퇴적물에 희토류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그리고 왜 그곳에 희토류가 높게 부존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태평양 해저퇴적물 일부 지역에서 중희토류가 풍부한 지역을 발견했다. 그동안 국제해저지각시추사업(International Ocean Drilling Program)을 통해 확보한 시료로 분석 중심의 기초연구를 해왔다면, 이번 탐사는 대한민국의 탐해 3호를 직접 운용해 순수 우리 탐사 기술을 통해 해저 희토류 자원 분포를 3차원으로 확인·분석하는 단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탐해 3호는 총사업비 1777억 원의 국비를 투입해 건조된 6,862톤 규모의 고기능 물리탐사 연구선이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 대양, 극지 등 전 세계 모든 해역에서 해저 자원 탐사를 수행할 수 있는 3D/4D 탐사 능력을 갖췄다. 기존 탐해 2호보다 해저 탐사 장비의 규모와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 해저 지층을 파악하는 탐사 스트리머는 길이가 2배, 개수가 4배로 늘어났고, 음파를 발생시키는 에어건의 출력도 1.5배 강해졌다. 기존 탐해 2호가 엑스레이라면, 탐해 3호는 고해상도 CT로 해저 지층을 더 넓고 깊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탐해 3호는 해저퇴적물을 15m 깊이까지 채취할 수 있는 피스톤 코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이를 통해 현재부터 과거 수천만 년 전까지 희토류 농도 변화를 확보할 수 있다. 선상에 구축된 실험실은 채취한 시료를 현장에서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어, 더욱 효율적인 탐사가 가능하다.

△ 서태평양 해저희토류 탐사현장 - 수심 5,675m 지점 15m 피스톤코어 내 퇴적물 회수 / 스트리머를 활용한 해양 탄성파 탐사
新 자원 전쟁의 무대
우리만 해저 희토류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19세기 아프리카 분할이 유럽 열강들의 각축장이었다면, 21세기 해저는 신자원 전쟁의 무대가 되고 있다. 이미 일본과 중국이 공격적으로 해저 희토류 탐사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2026년 1월부터 미나미토리섬 인근 해저에서 희토류 시범 채굴에 착수하고, 2027년에는 하루 350톤 규모의 대형 시험 채굴을 목표로 실질적 상업화에 근접해 있다. 중국은 더욱 공격적이다. 국제해저기구 독점 탐사권 30개 중 5개를 보유한 최다 보유국으로, 공해상 238,000km²의 탐사권을 세계 최대 규모로 확보했다.
탐해 3호의 해저 희토류 탐사는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 국가의 자원 안보 차원의 의미를 갖는다. 현재 우리나라는 희토류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전기차용 영구자석 첨가제로 쓰이는 네오디뮴의 중국 의존도는 88%에 달한다.
이번 탐사의 핵심은 6년간 지속이 예정되어 있으며, 그만큼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보장하고 있다. 우리 연구팀은 탐해 3호를 활용해 태평양 전역 해저퇴적물의 희토류 매장 정보를 정밀하게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3D 탄성파 탐사를 통해 해저 지층 구조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시료 채취와 분석을 통해 희토류 농도와 분포를 정확히 규명할 것이다.
수심 5천 미터에서 펼치는 희망
중국이 육상 희토류로 소리 없이 전 세계를 압박하는 지금, 우리나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바닷속에 숨겨진 자원에 주목해야 한다. 탐해 3호의 출항은 육상 자원에만 의존하던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해저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눈을 돌리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다.
6년간 진행될 이번 탐사를 통해 해저 희토류 자원의 상업적 개발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적 과제들이 남아있지만, 성공한다면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중요한 대안이 된다. 깊은 바닷속 퇴적물에서 꺼낸 작은 시료 하나가 대한민국 자원 안보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오늘도 미래를 향한 항해를 계속한다.

△ 탐해3호 서태평양 해저 희토류 탐사라인(2025년) △ 탐해3호가 확보한 서태평양 해저 지층 탐사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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