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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이끌어갈 먹는 광물 바르는 광물
  • 작성자홍보실
  • 작성일시2019/02/19 11:12
  • 조회수4660


노기민 박사는 ‘점토광물’을 먹고 바르는 소재로 만드는 연구를 한다. 점토는 입자 크기가 4㎛ 이하인 암석·광물의 파편을 말하는데, 점토광물은 이러한 점토가 모여 단단하게 굳어진 물질이다. 쉽게 설명해 흙을 구성하는 주요 광물이며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노기민 박사가 연구를 진행하는 경북포항일대에는 신생대 제3기층과 관련된 점토광물이 풍부하다. 이는 2,000만 년 전 동해가 열리면서 확장되던 시기에, 화산이 폭발했고 이때 발생한 화산재가 물과 반응하면서 점토광물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경북 일대에만 유일하게 제올라이트·벤토나이트·산성백토·규조토 등의 점토가 생산되고 있다.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이끌어갈

먹는 광물 바르는 광물

 


점토광물을 연구하는 지질신소재연구실 노기민 박사

 

 





풍부한 매장량, 월등한 품질을 자랑하는 점토광물

 

경북 동해안에 매장된 점토광물은 제올라이트 3,000만t, 벤토나이트 470만t, 산성백토 660만t, 규조토 340만t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가 향후 수백 년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이지만, 여태까지는 주로 비료나 공사용 자재 등의 재래 산업용으로만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점토광물은 화장품·의약품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갯벌 점토를 활용해 다양한 상품으로 상용화한 ‘보령 머드’가 그 사례다.


“점토광물을 개발하는 일은 자원의 개발과 활용, 고부가가치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금속과 다르게 점토광물은 한 번 사용하면 재활용 할 수 없어요. 예를 들어 컴퓨터·휴대폰에 사용되는 금이나 구리는 다시 추출하여 재사용할 수 있지만 화장품에 사용된 점토광물은 한 번 사용하면 소모되어 없어지죠. 고품질의 점토광물을 그에 적합한 용도에 활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고품질의 점토광물과 저품질의 점토광물을 용도에 맞게끔 사용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점토광물을 정제해 의약품·화장품에 활용하려는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국내산 점토광물을 다양하게 활용하려면, 먼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정한 ‘우수원료제조 관리기준(BGMP, Bulk Good Manufacturing Practice)’을 만족시킬 생산 설비가 구축되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식약처에서 제시한 기준에 맞게 점토광물을 정제·생산할 수 있는 연구시설이 없다. 우리나라 광업회사는 대부분이 영세한 편인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인증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토광물 정제·생산설비를 갖추기란 만무하다. 국내 광물산업이 고부가 잠재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구하면서 안 사실인데, 우리나라 점토광물의 품질이 매우 우수한데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요. 의약품·화장품 등에 국내산 점토광물을 활용한다면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고부가 점토광물 원자재의 국산화가 매우 절실했죠. 그래서 포항 지역에 매장된 점토광물의 종류·품위·품질을 파악한 후, 사용 목적에 맞게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지역의 점토광물을 활용해 기피 산업이었던 광업을 다시 부흥시키고, 또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었습니다.”






 

점토광물을 먹고 바르는 물질로 만들기까지

 

우리는 이미 여러 가지 형태의 광물을 섭취하고 있다. 위가 쓰릴 때 먹는 제산제·지사제·현탁액은 광물이 주성분을 이룬다. 알약 표면에 묻은 흰 분말가루도 광물이다. 외국에서는 광물 분말을 건강보조식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든 점토광물을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식약처에서 지정한 먹을 수 있는 광물로는 벤토나이트(Bentonite), 카올린(Kaolin), 규산알루민산마그네슘(Magnesium aluminum silicate) 등이 있는데, 채취한 그대로 먹을 수는 없고 반드시 국내외 규격을 만족하는 품질로 생산되고 의약품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광산에서 채취해온 원광에는 다양한 이물질이 묻어 있어요. 이를 물로 씻어낸 후 건조하여 잘게 부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후에 점토광물을 물에 풀어주고 불순물과 미생물 오염원을 제거하면 의약품 소재가 될 수 있어요. 이러한 과정은 모두 식약처가 정한 BGMP에 맞춰 진행됩니다. 지질신소재연구실에는 BGMP 기준에 맞춘 ‘클린룸(Clean Room)’과 연구용 생산설비들이 갖춰있어요. 클린룸 내부는 1세제곱피트 공간에 먼지가 10만 개 이하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특히 점토광물은 독특한 물리적 특성으로 그 자체로 사용하거나 다른 물질과 결합할 수 있다. 우선 비표면적이 넓은 판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기 때문에 판과 판 사이의 빈 공간에 약물·유기물과 같은 물질을 주입해, 분말·크림·현탁액과 같은 제품을 제조할 수 있다. 이온흡착 능력도 좋다. 산화규소와 산화알루미늄으로 구성된 벤토나이트는 구조적으로 음전하를 띠어 칼슘·나트륨과 같은 양이온이 구조 내에 존재한다.


이 양이온들은 주변 물질의 분자를 끌어당겨 점토 내부로 흡수한다. 제올라이트의 경우, 3차원적으로 연결된 그물망으로 이뤄진 구조 때문에 구멍이 많다. 구멍은 흡수한 물을 담는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래서 사람 몸에 유익한 미네랄을 주입할 수도 있다. 이처럼 점토광물은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기에 유리한 구조를 갖췄다.


하지만 점토광물로 제조한 의약품·화장품이 식약처로부터 인정받고 유통되기까지, 매우 까다로운 국내외 품질 규격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더군다나 바이오 분야의 품질 규격은 국제적으로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새롭게 바뀌는 규정에 맞춰, 또 다른 기준을 제시하는 것 또한 노기민 박사가 이어나갈 연구다.


“국제 의약품 규제조화 위원회(ICH, The International Council for Harmonisation of Technical Requirements for Pharmaceuticals for Human Use)가 중금속별 1일 섭취량 기준을 더욱 까다롭게 규정했어요. 일례로 과거에는 ‘알약 하나’에 중금속 함량이 50ppm 이하면 의약품으로 인정받았는데, 이제는 중금속 기준을 ‘하루 섭취허용량’으로 바꿨어요. 중금속 함량을 현재보다 수십분의 1 이하로 낮추는 연구가 필요하죠. 따라서 새로운 기준에 부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더욱 세밀한 제조·품질 관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머지않은 상용화

 

점토광물이 화장품·의약품 등의 소재로 활용되기까지 얼마나 남았을까. 이미 KIGAM의 기술로 제조한 마스크팩·클렌징제품·샴푸가 만들어졌고, 판매 중이거나 혹은 판매 준비를 하고 있다. 약국에서 만날 날도 머지않았다. 올해 말까지 연간 의약품 원료 10~50t을 생산할 수 있는 150평 규모의 설비를, 2021년 하반기까지는 200t급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식약처로부터 설비나 제품에 관련된 인증을 받는 시간이 소모되겠지만, 노기민 박사는 이 또한 설비 구축이 완료된 이후 2~3년 이내로 내다본다.



  



 

“지질신소재연구실에서는 이미 점토광물을 원료로 한 화장품뿐만 아니라, 의약품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어요. 벤토나이트를 활용해 만든 클렌징제품이 대표적이죠. 특히 지질신소재연구실은 점토광물을 개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점토광물의 신기능성을 발굴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점토광물의 약리적 효능뿐만 아니라, 독성과 안정성에 관한 평가 기술, BGMP를 만족하는 제조공정 구축 등 다양한 연구를 통해 광물산업의 부흥을 꿈꾸고 있습니다. 단순 연구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으려면, 기업과의 협업이 필요해요. 현재 35개 기업이 KIGAM에 협업 의사를 밝힌 바 있고, 기술사업화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에요. 이를 바탕으로 지자체와 연계하여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만들 계획도 있어요. 특히 지역에 소재한 바이오산업과 협업해 ‘지역 특산 광물제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매우 동떨어진 분야인 ‘광물’과 ‘바이오’를 연계해, 기피 산업으로 여겨지는 광업을 재도약시키고 바이오 산업에서는 차별화된 신소재 기술로 새로운 고부가가치 제품을 창출하고 싶습니다. 국내외로 점토광물을 활용해 의약품을 만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신약 개발에 성공한 사례가 무척 드물어요. 국내 기술로 최초로, 점토광물 신약을 개발하고 이 약이 병원과 약국에서 판매되는 그 날을 꼭 지켜보고 싶습니다.”


“3~5년 안이면 점토광물을 소재로 한 실제 의약품이 나올 것입니다.”


새로운 ‘혁신’을 만드는 데는 확고한 ‘확신’이 필요하다. 조금은 ‘단호’했던 그의 목소리에서 머지않아 새로운 광물의약품이 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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