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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의 바다, 지하수를 찾아서
  • 작성자홍보실
  • 작성일시2019/03/27 10:17
  • 조회수3826

즉각적으로 존재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있다.

땅속에 흐르는 지하수. 땅속에는 지표수의 100~200배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지하수가 존재한다.

그래서 혹자는 지하수를 ‘Hidden Sea(숨겨진 바다)’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지상의 물부족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작 지하수의 중요성을 알지 못한다.

호수·하천·댐에 있는 물로도 충분히 먹고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러나 지하수는 바다·호수·하천의 물 순환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이자,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단서다.




땅속의 바다

지하수를 찾아서

 

지하수의 나이를 연구하는 고동찬 박사

 

 


    


지구에 숨겨진 물, 지하수

 

대기, 암석 그리고 물을 포함한 액체는 지각을 구성하는 요소다. 흔히들 지구를 푸른 행성이라 부르는데, 이는 지표면의 70%가 물로 덮여있어서다. 이렇게 많은 물은 지구 어디에 존재할까. 바다, 육지, 대기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극지방에서는 빙하로, 육지에서는 하천이나 호수로, 대기에서는 수증기나 얼음 등의 형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물은 지하 즉 토양, 퇴적층, 암석 틈새에도 존재하는데 바로 지하수이다.

 

지하수는 어떤 존재일까. 지하수는 대부분 강수가 지하로 침투되어 대수층(Aquifer, 지하 지층 중 지하수가 풍부하게 존재하는 곳)에 함양되면서 생성된다. 마치 우리가 일상적으로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처럼, 물이 대수층에 차곡차곡 쌓이는데 이를 ‘Recharge(함양)’라 부른다. 이렇게 생성된 지하수는 하천이나 호수보다 그 양이 훨씬 많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하천, 호수, 저수지, 댐의 물이 지표상에 존재하는 물의 전부라고 생각해요. 땅속을 훤히 볼 수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지상에 존재하는 물만큼, 지하수 역시 우리에게 중요한 존재입니다. 사막의 오아시스를 상상해보세요. 사막에서 길을 잃었는데 오아시스조차 없다면 어떨까요. 이처럼 지하수는 우리에게 생명수 같은 존재이지만, 그 고마움을 잊고 살죠.”

 

아무리 땅속에 있는 존재라 할지라도 지하수는 느리지만 계속해서 이동하고 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낮은 곳으로 이동하며 하천·호수 등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도 샘이 마르지 않고 하천에 물이 계속 흐르는 이유다. 그리고 지하수는 가뭄일 때도 가뭄이 아닐 때도 대기, 하천, 호수, 바다 사이를 끊임없이 순환한다. 이를 통칭하여 물 순환(Water Cycle)’이라고 한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지하수도 강수량이 많은 산악지대에서 함양되어 낮은 평지를 향해 흐릅니다. 지하수가 배출(Discharge)되는 곳 중 쉽게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산속 옹달샘이에요. 옹달샘이 지하수라고 생각해본 사람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지하수는 샘뿐 아니라, 하천과 호수 심지어는 바다로도 계속 흘러 들어갑니다. 이처럼 지하수는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물 순환의 중요한 또 다른 연결고리를 이루고 있어요. 지하수가 없다면 물 순환 고리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물이 순환하는 과정에서 어떤 수체에 머무르는 시간을 체류 시간이라 한다. 체류 시간을 지표 환경에서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대기에서 9, 하도(river channel)에서 2, 토양에서는 1, 하천·호수·저수지를 포함하는 지표수는 평균적으로 20년의 체류 시간을 가진다. 바다는 이보다 훨씬 긴 약 4,000년이며, 빙하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제일 길어 무려 1,000~1만 년 정도라고 한다. 반면, 지하수의 체류 시간은 평균적으로 1,400년으로 하천이나 호수보다는 월등히 길지만, 지역과 대수층에 따라 수년에서 수백만년 범위의 매우 넓은 범위의 체류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고동찬 박사의 연구는 이러한 지하수의 시간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지상에서 지하로 물이 들어온 이후 지하수가 땅속에 머무르는 시간 즉, ‘지하수의 평균연령*이다.

*평균연령(Mean age)은 체류시간(Mean residence time) 또는 평균통과시간(Mean transit time)이라고도 한다.

    

 


 

지하수의 평균연령을 알아냄으로써 알 수 있는 사실

 

강수나 지표수가 지하로 함양되어 지하수가 되고, 다시 지하수는 지상으로 배출된다. 지하수의 연령은 유입과 배출 과정 사이의 시간을 말한다. 그리고 지하수는X여러 경로를 따라 흐르므로 하나의 연령이 아니라, 여러 가지 연령값과 연령 분포를 가진다. 그래서 이를 평균한 값을 평균연령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하수의 평균연령을 산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하수를 이해하는 시작이기 때문이다.

 

지하수의 연령을 알면 지하수가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는지 알 수 있어요. 이는 땅속에 존재하는 지하수의 양을 추정하고,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지하수에 포함된 오염물질이 이동하는 속도도 구할 수 있어, 오염이 얼마나 빨리 진행되고 있는지도 추정할 수 있죠. 이처럼 지하수의 평균연령은 지하수의 가장 근본적인 인자입니다. 우리가 사람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의 나이를 중요한 잣대로 보듯말이죠.”

 

지하수 평균연령은 대수층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오래된 지하수가 머무르는 대수층에는 지표의 물이 적게 유입된다. 만약 이곳에서 지하수를 과잉 채수하면 지하수가 고갈될 위험이 있다. 지하수 오염 측면에서는 지상의 오염물질이 대수층으로 느리게 유입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동 속도가 느리면 오염물질의 이동을 지연시키고, 이로써 대수층은 지상의 오염에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지하수의 나이를 평가하는 방법

 

물의 많고 적음은 그릇에 담아보거나 무게를 재어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지하수가 한자리에 얼마나 오랫동안 머무르고 있는지 이해하기란 무척 어렵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하수의 연령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우선 고고학에서 유물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인 방사성탄소 연대측정기법이 있다. 강수에는 여러 화학물질이 섞여 있는데, 땅속으로 함양되면 대기와의 접촉이 줄어든다. 물속에 있는 화학물질은 공기보다 느리게 퍼지는데, 따라서 화학물질이 확산되는 속도를 측정하면 지하수의 나이를 알 수 있다. 방사성원소(14C)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양이 일정한 속도로 감소한다. 따라서 지하수에 녹아있는 방사성원소가 얼마나 감소했는지 측정하여 지하수의 나이를 산정할 수 있다.

 

최근에는 대기 중에 인위적으로 방출된 CFCs(염화플루오르화탄소)SF6(육불화황)를 활용합니다. 지하수에서 CFCs의 농도를 측정하고, 똑같이 대기에서도 CFCs를 측정해 언제 같은 값을 기록하였는지 비교하면, 물이 땅속으로 스며든 시기 즉 나이를 알 수 있어요. 비교적 정확한 측정이지만 최근 50년 이내만 측정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요. 이와 같은 환경에 존재하는 자연적 또는 인위적 기원의 물질들 중 물 순환 연구에 활용되는 것을 환경추적자라고 합니다. 지하수 연령 측정분야에서 사용하는 환경추적자 기법들은 아직은 시료채취가 어렵고 장비가 고가여서 제한된 분야에서만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연령 범위에 활용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향후 지하수연령 연구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하수의 평균연령을 측정하면, 대수층의 특성이 복잡한 지역에서도 지하수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실제로 KIGAM은 제주도의 지하수 나이를 분석하여 제주도 서부해안의 경우 상부 대수층은 20년 이내의 나이를 보이고, 하부 대수층은 60년 이상의 나이를 가지며, 상당수 관정은 서로 다른 나이를 가지는 대수층에서 유래한 지하수가 혼합된 것을 확인했다. 또한 농경지의 경우 화학 비료 사용 이력과 지하수 연령에 따른 질산성 질소 농도 변동 추세가 거의 일치하여 오염물질 이동 예측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지하수 연령 연구 결과는 그동안 제주도의 지하수는 모두 흐름이 빠르다는 고정 관념을 깼다.

 

또한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화산암 대수층의 불균질성을 잘 보여주는 학술적인 성과였다, 한편 실용적인 측면에서 제주도의 지하수 수량과 수질 관리는 대수층과 관정 특성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함을 보여준 좋은 사례가 됐다.




  

지하수 연령 연구와 관련해서는 평균 연령뿐 아니라, 연령의 분포도 중요하다. 측정과 해석의 편의상 평균연령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하수 시료의 연령은 실제로는 넓은 범위에 걸친 연속적인 연령 분포로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이러한 연령 분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여러 연령 추적자를 동시에 사용하는 다중추적자 기법과 측정한 추적자 농도를 보정이나 검증인자로 사용하는 수학적 모형이나 수치 모사 등의 연구가 필요하다.

 

지하수의 나이 연구는 여전히 규명하기 어려운 연구주제이지만, 고동찬박사는 지하수의 시간을 이해함으로써 지하수가 가진 이야기를 발굴하고 싶다. 그가 연구를 멈추지 않는 이유다.

 

지하수 연구를 시작하고 박사학위 논문 주제를 잡을 때만 해도 사실 지하수가 정확히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습니다. 지구를 이루는 구성요소의 하나이고 우리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물 공급원 중 하나로만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런 점들도 매우 중요하지만 지하수는 그 이상이며, 심지어 신비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지하수를 연구한다하면, 많은 양의 지하수를 확보하거나 수질이 우수한 지하수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해요.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물 부족 문제가 대두하면서 지속가능한 지하수의 이용이 주된 화두로 떠올랐죠. 다양한 지하수 연구 주제가 제시되고 있지만, 지하수가 포함한 성분이나 동위원소를 조사해 지하수의 생성 과정을 이해하고 개념 모형을 구축해나가는 일을 계속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지하수에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죠. 저는 지하수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귀담아들어, 이를 많은 이에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지닌 지하수에 대한 오해를 푸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


 

 

 

 


키워드 지하수, 하천, 호수, 대수층, 함양, 인공함양, 물순환, 환경추적자, 수질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