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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지구의 보고서
  • 작성자홍보실
  • 작성일시2019/08/13 15:11
  • 조회수2521

지구상에 살았던 생물들이 남긴 모든 흔적이 화석이 된다.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려 자신의 몸에 새겨놓은 문신을 더듬으며 기억을 재생해가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우리는 지구에 남겨진 화석들을 더듬어 과거와 오늘을 연결해간다.

화석은 40억 년 생명의 진화와 지구의 역사를 복원하는 도구이자,

과거 환경변화와 생물계의 관계를 탐구해 인간과 지구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중요한 보고서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지구의 보고서


화석을 연구하는 이항재 연구원



생물이 남겨놓은 흔적


중생대의 지구 최강자는 공룡이었다. 그들은 엄청난 다양성과 적응력으로 18천만 년의 시간 동안 육상에 군림했다. 하지만 이들도 결국외계로부터 들이닥친 충격과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져 버렸다.(‘라 불리는 조류형 공룡이 살아남은 사실은 잠시 접어두자). 과거 공룡이 이 땅 위에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것이 바로 화석이다.


화석은 지구상에 살았던 생물들이 남긴 모든 직간접적인 흔적입니다. 그것은 과거에 살았던 생물의 일부가 보존된 것일 수도 있고, 그들이 살면서 남긴 활동의 흔적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인류 역사 시대의 기준인 1만 년 보다는 이전에 형성된 것을 화석으로 취급합니다.”


화석으로 분류되는 범주가 넓은 만큼 화석이 만들어지게 되는 과정과 방법도 매우 다양하다. 수명을 다한 생물체는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 그 형체마저 사라지게 되는 것이 백 중 아흔아홉 이상이지만, 간혹 미생물, 수분, 공기와 같은 유기물 분해조건이 차단되면서 생물의 몸이 분해되지 않은 채 수십만 년에서 수억 년 뒤에도 그 흔적이 남는 경우가 있다.


생물의 사체가 화석이 되기 위해서는 손상되지 않은 많은 양의 사체가 되도록 한꺼번에 진흙처럼 미세한 입자의 퇴적물에 재빨리 묻혀야 합니다. 묻힌 사체가 강화된다면 더 오래 남을 수 있죠. 예를 들면 화산재에 묻힌 나무 조직에 규질 성분이 침투해 만들어진 규화목이나, 진흙 속에 매몰된 조개껍데기, 삼엽충 패각이 황철석 같은 금속으로 치환돼 버리는 경우입니다. 여기에 더해져 지층이 오랜 세월 큰 지각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매우 드문 경우지만 부드러운 몸이나 내장기관이 퇴적물에 눌려 찍히거나, 성분이 바뀐 퇴적물의 색깔 차이로 생물의 형상을 남기는 화석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는 공룡 발자국 화석이나 공룡피부 화석, 또 식물과 깃털 흔적 등이 보존된 사례가 여기에 속한다.



인류 문명의 중요한 자원


화석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화석표본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화석이 발견되는 지역으로 찾아가 직접 화석을 발굴하거나, 누군가 이미 발견한 화석표본을 확보해 연구한다. 화석에 관한 정확한 연구를 위해서는 발굴지역과 지층, 발견 당시의 현장자료들을 함께 확보해야만 한다. 배경정보와 출처가 불분명한 화석은 사실상 아무런 연구가치가 없다.



화석을 확보하면 특징을 잘 드러내고 관찰할 수 있도록 화석을 가두고 있는 퇴적물을 여러 도구로 떼어 제거합니다. 때로는 이런 작업이 화석에 손상을 줄 우려가 있거나, 퇴적물조차도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을 때는 최소한의 처리작업과 보강만으로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작업 된 화석을 자세히 관찰해 해부학적 특성을 기록하고, 촬영하고, 각종 측정과 분석자료를 만든다. 화석 자체에서 얻어낸 자료들은 현장에서 확보했던 지질학적 정보, 기존 연구자료, 참고자료들과 함께 논문으로 정리해 발표하게 되는데, 새로운 종류의 화석으로 인정되는 경우 학명을 새로 부여하기도 하고, 연구과정에서 화석생물의 생활사나 생태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기도 한다.


화석에는 생물이 살았던 지역과 시대와 환경은 물론, 그들이 다른 생물이나 환경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에 대한 정보, 과거나 현재 생물과의 진화적 연결고리에 대한 정보들도 담겨 있다. 특정 시대의 지층에서 발견되는 화석에 대한 방대한 자료가 쌓이게 되면, 발견되는 화석만으로 그 지층의 선후 관계를 밝혀낼 수도 있다. 때때로 석탄이나 석유, 석회석처럼 화석 자체에서 유래한 물질이 인류 문명에 중요한 자원으로 쓰이기도 한다.


우리가 발견하는 화석은 생명이 진화해온 과정이 찍힌 스냅사진과 같은 것이죠. 이 사진 앨범은 지층이라는 지구역사의 도서관에 차곡차곡 쌓여온 것입니다. 하지만, 도서관으로 보낸 앨범 대부분은 배달 사고로 도중에 사라져 버립니다. 겨우 보관된 사진앨범도 뜻밖의 홍수와 화재로 떠내려가거나 불탔고, 지진으로 무너진 도서관 잔해에서 뭉개진 앨범들이 회수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겨우 손에 쥔 화석이라는 스냅사진들은 대개 형체조차 알아보기도 어려운 만신창이인 경우가 다반사죠. 고생물학자는 이렇게 다 쓰러져가는 도서관 구석에 기어들어가 손상된 사진 조각들을 하나하나 찾아내고, 생명 진화과정이라는 복원 사진집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마뱀은 두 발로 달렸다.


이항재 연구원은 경남 하동화력발전소 인근에서 발견된 도마뱀 발자국 화석을 연구해 도마뱀의 이족보행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화석을 처음 발견했을 당시에는 양서류의 발자국으로 보았다고 한다. 이후 연구를 진행하다보니 도마뱀의 발가락과 해부학적 특징이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고, 4개의 보행렬 29개 발자국 중 25개가 모두 뒷발자국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


보통 걸음이라면 네 다리로 걸었을 텐데, ‘앞발자국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경우의 수는 두 가지였죠. 네 다리로 걸었지만 앞발자국이 제대로 남지 않았거나, 거의 뒷다리로만 뛰었거나. 첫 번째의 경우는 발자국 화석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그렇더라도 정상적인 사족보행을 했다면 흐리게나마 앞발자국의 흔적이 남을 수 있기에 화석을 면밀히 관찰했지만, 일부 남아 있는 선명한 앞발자국 네 개말고는 다른 흔적을 찾을 수 없었죠. 뒷발자국은 1mm도 안 되는 얕은 깊이로 발가락의 흔적이 선명히 찍혔는데 말입니다. 이건 뒷다리로만 걷거나 달렸다는 뜻이 됩니다.”



지금의 도마뱀들도 빠른 먹이를 추적하거나 적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서 상체를 번쩍 들어 올려 급히 달려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도마뱀 발자국 화석 중 가장 뚜렷한 보행렬 두 개를 살펴보면 발바닥 흔적 없이 발가락 흔적만 찍혀있으며, 두 다리 사이의 폭(보행렬폭)이 갈수록 좁아지고 발자국 사이의 앞뒤 간격(걸음거리)은 커진다. 바로 도마뱀이 점차 속도를 높여 뛰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로써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전기백악기 도마뱀의 발자국, 그것도 뒷다리로 달린 발자국 화석임이 밝혀지게 되었다. 그는 연구결과를 발자국으로서는 새로운 속과 종으로 명명해 2018사우리페스 하동엔시스S(auripes hadongensis)’라 발표하였다.



인생공룡, 데이노케이루스


가장 큰 즐거움은 화석을 연구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새로운 발견의 순간입니다. 저는 거의 매년 8월 즈음 공룡탐사와 발굴을 위해 몽골의 고비사막에 다녀오고 있습니다. 고비사막은 중생대 지층이 메마른 황무지로 광활하게 드러나 있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룡화석의 보고이죠. 벨로키랍토르와 프로토케라톱스가 한데 엉켜 죽음의 사투를 벌이던 순간이 고스란히 보존된 일명 파이팅 다이노서화석과, 자신의 알들을 보호하고자 모래폭풍 속에서도 둥지를 팔로 감싸 안고 죽은 키티파티(Citipati osmolskae, 오비랍토르류의 수각류 공룡) 화석은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09 한국-몽골국제공룡탐사에 참여했던 이항재 연구원은 인생 공룡을 만나게 된다. 남부고비사막 탐사 중 데이노케이루스의 화석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반세기 가까이 베일에 싸여 있던 데이노케이루스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도굴당한 공룡화석이라 큰 기대 없이 발굴작업을 진행하다가 데이노케이루스와 똑같은 어깨와 팔뼈가 나오는 순간 전율을 느꼈습니다. 미지에 빠져 있던 수수께끼를 풀 열쇠를 발견한 거였죠. 그 순간 느꼈던 떨림이 지금까지도 생생합니다.”



27년 전 대학시절, ‘지질표본관개관준비 일용직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던 지질박물관에서, 그는 자신의 인생 공룡인 데이노케이루스를 소개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지질박물관의 가장 중요한 콘텐츠 중 하나가 바로 화석인만큼 자신의 연구결과를 활용한 전시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해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이다. 화석은 생물의 흔적이면서 동시에 많은 비밀이 기록되어 있는 보고서이기도 하다. 수십억 년의 역사가 담긴 이 보고서에는 인간과 지구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비책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키워드 화석, 공룡, 지구, 생물, 고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