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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을 이어온 꿈, 지질도
  • 작성자관리자-홍보실
  • 작성일시2020/07/29 15:15
  • 조회수2481
지질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지질도는 지표의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만능지도나 다름없다. 과거에 지층이 어떤 깊이에 있었고, 어떤 변혁을 겪었으며 또 어떤 암석들이 분포하고 있고 이를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까지. 이 많은 정보를 지질도를 통해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질도 개정판 발간을 앞둔 지질연구센터의 연구자들을 만나 국가기본지질도 제작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00년을 이어온 꿈, 지질도

지질연구센터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완성한 지질도

우리나라 지질학 분야의 역사는 다른 지질학 선진국보다 상당히 짧다. 지질도 제작은 일제강점기에 자원수탈을 목적으로 일본의 손에 의해 시작되었다. 1956년 최초로 국내 학자들에 의해 우리나라 국토 전반의 지질 암석의 분포, 지질시대를 총괄적으로 아우르는 한국지질도가 제작되었다. 1981년, 1995년 한국지질도 개정작업이 진행되었고, 2019년 새로운 개정판을 발간하게 되었다.

“그동안 분석장비, 지질조사기법이 많이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기술, 분석자료들이 쌓이게 되면서 24년 만에 새로운 한국지질도 개정판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는 영문판에 한글을 조금 기입하는 한국지질도를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영문판과 한글판, 그리고 개정판에 설명서를 같이 첨부하는 형태로 발간했습니다. 새롭게 발간되는 한국지질도는 한국 지질학의 위상을 나타낼 수 있는 지층분류, 암석분류 등 새로운 자료들을 포함하고 있어 과학적, 학문적,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질도를 만드는 것은 사후에도 계속해서 평가를 받게 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지질도와 1956년에 제작된 지질도를 지금 연구자들이 계속해서 회자하는 것처럼. 일 년에 150일 이상을 야외 현장에서 보내는 고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그 오랜 시간을 묵묵히 지질도 제작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부심과 사명감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지질도를 제작하는 연구자로 가장 정통적인 지질학을 수행한다는 사명감이 이들을 지탱해줬다.

“우리나라 국토를 나타내는 도면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굉장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연구 성과들이 계속 지속되는 것도 있지만 시의성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질도는 만들면 평생을 따라다니는 연구성과가 됩니다. 업그레이드가 안 된 경우에는 아직도 일제강점기 때 만든 지질도에서 그대로 사용되는 것도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저희 팀원 모두가 은퇴해도 조사하고 작성한 지질도에 대해서는 평생 평가를 받게 됩니다. 사명감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땅의 역사를 다시 세우다

지질도 작성의 시작은 바로 야외조사다. 지질조사 대상지역이 정해지면 사전조사를 통해 지리적, 지형적 요소를 파악한다. 현장에 나가기 전에 구조선이 있다든지, 지형적 차이나 암석의 차이 등을 확인한다. 현장에 나가서는 지표에 노출된 암석들을 다 체크하고, 그 암석에 대해 기재를 하고 분류를 한다.

“지질도 제작은 그 땅의 역사를 기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야외에서 선후 관계를 확인하고, 추가로 확인이 안 되는 것은 샘플링해서 연대측정을 통해 절대적인 연대를 밝혀냅니다. 그렇게 암석이 생긴 순서를 나열합니다. 또 화석 같은 경우도 샘플을 채취해 지화학적 분석을 해서 보고서에 함께 수록합니다.”

지질도를 잘 만드는 특별한 방법 같은 건 없다. 무조건 밖에 나가서 열심히 조사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그 땅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잘 만들어진 지질도는 이 땅이 언제부터 현재에 이르렀느냐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학문은 계속해서 발전하는데 그것을 뒷받침할 지질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계에서 새로운 지질도에 대한 요구가 굉장히 강했습니다. 새로운 지질도는 발전한 지화학 분석 기법, 연대측정 기법 등을 통해 남한지역의 지층을 다시 분류하고, 역사를 다시 세우는 시도로 지난 몇 년 동안 작업을 통해 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한국지질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북한 지역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직접 현장에 가보지 못하고 지질 데이터를 모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학자들이 가진 정보들을 사용하는데 지질도 공간적인 분포와 같은 정보가 드물다. 그래서 이번 지질도 제작에는 기존 북한의 자료를 활용하고, 시대나 지층 분류만 최근에 나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분류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지질도는 풍수지리학적으로 가장 근본이 되는 데이터입니다. 그래서 경험도 많아야 하고, 여러 방면의 지질학 분야에 대한 다양한 역량을 갖고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고 저희의 주관적인 의견들도 들어가 있지만 이번에 새롭게 만든 지질도는 우리나라 지질학을 하는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잘 만들었다고 자부합니다.”

지질연구센터에서는 이번 지질도 완성을 바탕으로 지하에 있는 지질학적 정보들을 3차원, 4차원적 디지털 도면에 표현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질도를 통해 좀 더 손쉽게 지질학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연구자가 말하는 지질도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부서, 우리나라 지질학을 대표하는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을 품고 고된 현장을 마다하지 않고 연구를 이어온 이들. 때로는 작은 소형 배로 망망대해를 달려 섬을 연구하기도 했고, 동티모르의 밀림을 헤치며 우리나라의 우수한 지질학 기술을 전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들에게 지질도는 어떤 의미일까.

김성원 센터장은 지질도는 타임머신이라고 이야기한다. 과거나 앞으로의 미래, 모든 정보를 풀 수 있는 열쇠와 같기 때문이다. 이병춘 박사는 판도라의 상자라는 대답을 들려준다. 지질도를 만들다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고, 또 불가항력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경태 박사는 지질도를 교과서라 표현한다. 공부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교과서인 것처럼 지질도는 지질학 연구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교과서가 잘못되면 공부하는 사람들이 힘든 것처럼 지질도 역시 한 번 만들면 몇십년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고 한다.

지질도는 선배님들의 발자취라고 이야기하는 홍발 박사. 과거 연구자들의 자료를 받아보고, 항상 덕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100년 전에 조사한 내용을 기반으로 우리가 다시 재해석하기 때문에 항상 고마움을 느낍니다. 낭만적인 감성도 있어요. 100년 전에 선배 연구자들이 직접 발로 밟아서 만났던 암석을 저희가 100년 후에 똑같이 걸어가서 보는 것이니까요.”

팀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질도 연구를 진행해온 기원서 박사는 앞으로 지질도 제작을 이어나갈 후배들에게 우리나라 지질의 근본이 되는 연구를 한다는 사명감으로 연구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을 해주었으면 한다는 당부를 전한다. 지질도를 만들면서 완벽하게 밝히지 못하고 모르는 채로 남게 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런 아쉬움을 후배들이 해소해줄 것이라는 믿음도 함께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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