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토너 티렉스?
  • 작성자이항재
  • 작성일시2020/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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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렉스 주행 보행 이미지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등장한 티라노사우루스는 성인도 한 입에 집어 삼킬 만큼 거대한 턱에 뼈도 부숴버릴 두꺼운 이빨들이 촘촘히 박혀 있습니다. 게다가 지프를 타고 달아나는 그랜트 박사 일행을 거의 따라잡을 만큼 빠른 속도로 추격하며 포효하던 장면은 보는 관객들의 심장을 뛰게 하던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만약 진짜 티렉스에게 그렇게 쫓기고 있었다면, 아마도 온몸이 얼어붙어 반응도 못하는 사이에 비명횡사 하고 말았을지도 모릅니다.

CG로 재현된 사실감 넘치는 이 명장면에 대해선 일반인은 물론 수많은 학자들도 사냥꾼이냐 시체청소부냐는 주제와 함께 갑론을박하고 있습니다. 과연 티라노사우루스는 빠르게 달리는 민첩한 사냥꾼이었을까요? 아니면 느릿느릿 어슬렁거리는 기회주의자였을까요?


남자1 : 새와 같은 날렵한 몸매를 보게. 70km/h는 너끈히 달릴 수 있는 재빠른 포식자야! 남자2 : 그 큰 체구로 달리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뼈가 다 부러져 버릴 텐데?


그런데 얼마 전 티렉스처럼 거대한 수각류 공룡의 다리길이와 속도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The fast and the frugal: Divergent locomotory strategies drive limb lengthening in theropod dinosaurs (빠른 자와 절약하는 자: 이동전략 다양성이 수각류 공룡 다리 신장을 유도한다)] 라는 제목의 이 논문에서 Alexander Dececchi 등 저자는 ‘1톤 이상 체중이 무거운’ 수각류의 경우 긴 뒷다리는 체력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며 장시간 느린 걸음으로 먹잇감을 추적하기에 알맞다고 밝혔습니다.  

 

보통 긴 다리는 빠른 속도로 달리기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흔히 정강이뼈+발바닥뼈 길이(Tibia + Metatarsus)와 대퇴골(Femur)의 길이 비율에 따라 달리기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도 합니다(대퇴골 길이에 비해 무릎 아래 다리 길이가 길수록 빠른 스프린터로 판단). 벨로키랍토르나 타조공룡처럼 긴 다리의 공룡은 민첩하고 빠른 몸놀림으로 사냥감을 쫓거나, 사냥꾼으로부터 재빨리 달아날 수 있을 것입니다. 긴 다리 덕분에 상대적으로 큰 걸음거리로 발을 디딜 수 있고, 이들의 가벼운 몸집은 순발력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체중이 증가할수록 빠른 속도로 가속하는 데는 기하급수적 에너지(체력) 소모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70 여종의 수각류 사지 비율과 체중, 걸음거리에 대해 분석한 Alexander Dececchi 등의 연구에서 최고속도와 에너지 효율성 경계는 ‘체중 약 1톤’이었습니다. 따라서 “긴 다리 = 빠른 속도” 라는 등식은 가벼운 몸무게의 공룡에서나 성립이 되며, 1톤 이상의 대형 수각류에서 긴 뒷다리는 큰 걸음거리로 장시간 보행 추적하는 효율성 추구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티렉스처럼 거대한 체구의 수각류들은 느리더라도 꾸준한 추적으로 체력을 아낄 수 있게 적응한 것이죠.

그에 반해, 체구가 작은 수각류들은 다리가 길어짐으로써 더 빠른 속도를 얻을 수 있도록 적응한 것입니다.

 

 

[관련기사]

서울신문 

[달콤한 사이언스] 티라노사우루스 최강 공룡 비결은 ‘롱다리’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00515500149&wlog_tag3=daum

 

EurekaAlert!
T. rex was a champion walker, super-efficient at lower speeds (NEWS RELEASE 13-MAY-2020)
Research finds giant predatory dinosaurs relied less on speed, more on energy-saving
https://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20-05/p-trw051320.php?fbclid=IwAR3YJnCRoB7jXL0Iv4_fEnNYtIzVGqwV31hsU0SK687zTn2FLB20rW9JnCY#.Xrw_qSsDFa4.facebook

 

 

[논문]
T. Alexander Dececchi, Aleksandra M. Mloszewska, Thomas R. Holtz Jr., Michael B. Habib, Hans C. E. Larsson, 2020, The fast and the frugal: Divergent locomotory strategies drive limb lengthening in theropod dinosaurs.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223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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