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화석/가짜 화석] 3/4 - 화석일까 아닐까?
  • 작성자이항재
  • 작성일시2020/04/20 00:00
  • 조회수1080
2019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1031화 아파트 화단 공룡알 에피소드 영상 썸네일이미지

※ 위 사진을 클릭하시면, 2019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1031화 아파트 화단 공룡알 에피소드 영상을 링크해 보실 수 있습니다.

 

지질박물관으로 종종 들어오는 문의가 있습니다.

 

“어디에서 이상한 둥그스름한 돌을 주웠는데, 이거 공룡 알인가요?”

“계곡에서 움푹 파인 자국을 봤는데, 이거 혹시 공룡 발자국 아닌가요?”

 

아쉽게도 대부분 확인 결과는 화석이 아니었습니다. 공룡 알인지 문의한 것의 대부분은 결핵체(지층 내에 묻힌 유기물 핵을 중심으로 둥글게 뭉쳐 성장한 퇴적물 덩어리), 첨가화산력(부가화산력이라고도 하며, 습한 화산재가 낙하 도중 둥글게 동심원상으로 뭉쳐 성장한 화산력), 화산암 구과(구립이라고 하며, 마그마 내에서 석영이나 장석 결정이 방사상으로 배열하며 둥글거나 꽃무늬 덩어리를 만든 것인데, 이런 구과를 가진 유문암을 일명 ‘꽃돌’이라 부릅니다), 매끈하게 갈린 둥근 자갈, 또는 표면이 박리(얇게 떨어져나감)되는 화성암이 풍화된 둥근 덩어리들이었습니다. 공룡 발자국 아니냐고 문의된 것들은 대부분 화석이 나올 수 없는 화강암 등의 화성암 표면이 풍화 침식으로 패인자국이거나, 광물 결정 덩어리가 풍화로 탈락돼 빠져나간 자리를 오해한 경우였습니다.

 

그렇다면, 화석처럼 보이는 것을 발견했을 때, 화석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요? 1편에서 얘기 했듯이 화석은 지질시대 동안 살았던 ‘생물’의 다양한 흔적입니다. 그러니까 화석에서는 ‘생물체의 구조’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많은 생물들의 몸은 대개 좌우대칭(편형동물, 환형동물, 연체동물, 절지동물, 척추동물 등)이거나 방사대칭(불가사리, 해백합, 성게 등 극피동물과 산호와 해파리 등 강장동물)을 이룹니다. 식물도 잎은 좌우대칭, 꽃이나 열매는 보통 방사대칭(콩과 식물 등은 좌우대칭)입니다. 생물의 내부나 외부조직을 살펴보면 물고기의 비늘이나 악어 표피처럼 일정한 형태나 패턴이 타일구조처럼 배열돼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생명체는 태어나 죽을 때까지 저마다 다른 속도와 패턴으로 성장하면서 골격 등에 동심원상의 생장선(식물의 나이테도 이것에 해당) 흔적을 남기기도 합니다. 이런 생물체의 기하학적 형태의 규칙성은 생물체의 흔적이나 잔해인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물론 생물체라 해도 대칭되지 않은 불규칙한 형태를 가지거나, 보존 과정에서 변형되고 손상돼 규칙적인 형태를 볼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도 많으며, 광물 결정체나 암석풍화, 유체의 흐름에 영향을 받은 퇴적작용, 지각변동의 원인 등으로 자연 생성된 기하학적 패턴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또, 생물체가 아닌 물리화학적 기원으로 만들어지는 광물 결정이나 암석의 기하학적인 대칭형태와 성장선, 동심원상 구조도 엄연히 존재하니 주의해야 합니다(이런 것을 화석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화석은 ‘살아있던 생물’의 흔적이기 때문에, 마그마에서 기원한 ‘화성암(수천 ℃의 온도로 녹아있던 마그마가 식어 굳은 암석)’에서는 나올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화강암이나 현무암에서는 화석이 나올 수 없는 것입니다. 화강암에 남은 우묵하게 패인 자국이 발자국 화석일리 없겠죠?

 

자연현상으로 만들어진 돌조각이(또는 인공 구조물의 파편이) 마치 화석처럼 보이는 것은, 생물의 기본구조나 화석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없이 그걸 특정한 생물의 형상과 비슷하게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믿어버리기 때문입니다(동물 형상을 닮은 돌은 그냥 동물 모양의 ‘수석’일 뿐이에요). 인터넷에 떠도는 비전문가의 의견이나 자료만 보지 말고 전문서적과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단, 지질과학의 분야도 너무 다양해서, 화석은 고생물학, 암석은 암석학, 보석이나 광물은 광물학 전문가에게 문의 하셔야 합니다. 고생물학도 식물과 동물 연구 분야가 전혀 다르고, 동물도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 분야가 다르며, 척추동물도 물고기와 공룡 연구 분야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각 분야의 실제 전공자를 찾아 문의하셔야 정확한 답을 들으실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을 자세히 관찰해 두세요. 곤충 날개의 시맥은 어떤 패턴으로 뻗어 있는지, 뼈의 형태와 내부구조는 어떤지, 관절들은 어떻게 연결되는지, 달걀 껍데기의 미세구조는 어떻게 생겼는지(요즘은 USB 현미경 같은 도구를 사용해 쉽게 관찰할 수 있어요) 등등 이런 눈썰미와 지식과 관찰 경험이 화석을 보는 눈을 높여줄 것입니다.

 

실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공룡 알 뿐 아니라 단단한 탄산칼슘 껍데기를 갖는 알은 화석이 되더라도 내부에 ‘노른자(난황)’의 흔적 같은 것이 절대 나타나지 않습니다(오히려 태어나지 않은 새끼의 골격이 들어있다면 몰라도...). 알처럼 보이는데 내부에 나이테 같은 동심원상 무늬나 동그란 알맹이가 들어있다면(때론 그 알맹이가 안에서 달그락 거리기도 합니다), 그것은 절대로 알 화석이 아닙니다. 진짜 알 화석은 부화돼 새끼가 빠져나가 뚜껑이 열린 위쪽이나 부화하기 전에 깨진 틈을 통해 퇴적물이 쓸려 들어가 내부가 꽉 채워진 경우가 대부분이며, 보통 깨진 알껍데기 일부가 알 안쪽과 주변 바닥에 가라앉아 있습니다. 진짜 알껍데기는 단 하나의 껍데기층만 있으며, 수 mm정도 전체적으로 일정한 두께를 가지는데, 몇 cm나 되는 두께의 껍데기 같은 구조가 두께도 들쭉날쭉하며, 양파껍질처럼 여러 겹을 이루고 있다면, 알 화석이 아닙니다. 이런 것들은 대부분 결핵체라는 퇴적물 덩어리거나, 화성암이 풍화되 표면이 여러 겹으로 박리된 결과입니다. 알 화석은 계란형, 긴 타원형, 구형이 약간 눌려 찌그러지고 깨진 모양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몇 개의 덩어리가 이어 붙어있거나 불규칙한 외형을 가지진 않습니다. 그리고 한 둥지에서 나오는 알이라면, 그 크기들은 거의 100% 일정해야 합니다. 몇 cm에서 10여 cm 크기로 크기와 형태가 제각각인 알이 한 둥지에서 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 경우는 대개 결핵체거나 풍화된 돌입니다. 끝으로 알이라면 알껍데기의 표면과 단면에서 알이 가지는 특유의 미세조직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것은 전문가가 세밀하게 관찰해야 알아볼 수 있으며, 자세한 판별을 위해서는 알 표면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알껍데기 조각을 수직으로 잘라 양파껍질 두께만큼이나 얇게 갈아낸 다음 현미경으로 단면을 관찰하기도 합니다.

알 화석 판별 방법 (좌측이 공룡알이고 우측은 공룡알이 아님)

[알 화석 판별 방법 (좌측이 공룡알이고 우측은 공룡알이 아님)]


실제 공룡알의 외형과 알 껍데기 단면 이미지1

실제 공룡알의 외형과 알 껍데기 단면 이미지2

[실제 공룡알의 외형과 알 껍데기 단면] 


공룡알로 오해되는 결핵체나 화성암의 풍화된 덩어리들

[공룡알로 오해되는 결핵체나 화성암의 풍화된 덩어리들]



참! 화석을 연구하는 분야는 ‘고생물학’이지 ‘고고학’이 아닙니다.

고생물학은 화석생물을 연구하는 ‘과학’이고, 고고학은 인류가 남긴 유물을 발굴 연구하는 사학계통의 ‘인문학’입니다. ‘인디아나 존스’는 고고학자(사실 도굴꾼 같아 보입니다만...)이지 고생물학자가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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