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화석/가짜 화석] 4/4 -진~짜 가짜화석 이야기
  • 작성자이항재
  • 작성일시2020/04/27 00:00
  • 조회수610
중국에서 판매되는 위변조 화석: 위쪽 물고기의 외형에 물감으로 덧칠하고 가운데 도마뱀 화석을 새기고 그려 넣었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위변조 화석: 위쪽 물고기의 외형에 물감으로 덧칠하고 가운데 도마뱀 화석을 새기고 그려 넣었다] 

 

화석이 아닌 것을 화석으로 오해하는 것과, 어떤 목적을 가지고 속이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때로는 돈을 바라고, 때로는 유명세를 바라면서, 어떤 이들은 가치가 떨어지는 화석을 깎고, 덧칠하며 변조하고, 다른 종류의 화석들을 짜깁기해서 전혀 새로운 종류의 생물인 것처럼 기만하기도 하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아예 가짜화석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동식물의 형상과 비슷하지만 화석이 아닌 것을 뻔히 알면서도 화석으로 속이기도 합니다.

 

‘가짜화석’이라면 역사적으로 유명한 분이 있습니다. 18세기 독일의 베링거(J. B. A. Beringer) 교수는 동료들이 장난으로 묻어둔 가짜화석 발견과 연구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석회암에 조각된 가짜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사후 300 년이 다 돼가도 여전히 불명예스런 가짜화석 사건의 대명사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가짜화석은 ‘현재진행형’입니다(우선 화석의 불법적인 거래는 당연히 근절돼야 합니다. 국내 화석은 모두 ‘매장문화재’이기 때문에 발견할 경우 문화재청 등 관계기관에 신고해야하며, 사적으로 거래하는 행위는 처벌대상이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수입 화석의 경우도, 사적인 발굴과 반출이 금지된 국가와 지역의 화석은 거래하면 안 됩니다). 관광지 시장이나 인터넷을 통해 화석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팔리는 화석 중에는 많은 가짜화석들이 섞여 있습니다. 심지어는 전문가조차도 육안으로는 가짜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정교하게 만든 가짜화석들도 있다 보니, 이런 위조화석을 박물관에서 전시하거나, 유명 과학잡지에 실리고, 연구논문으로 발표했다가 낭패를 보기도 합니다.

 

1999년, 내셔널지오그래픽 11월호(한국판은 2000년 1월호)에는 ‘아르카에오랍토르(Archaeoraptor)’라는 놀라운 깃털공룡 화석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이 화석은 중국 랴오닝성에서 발견되어 미국으로 밀수된 것이었습니다). 당시 기사에는 이 화석이 새와 수각류 공룡 사이의 ‘미싱링크(잃어버린 고리라고도 하며, 진화관계를 이어줄 중대한 화석이나 생물을 뜻함)’라 했지만, 아직 동료학자들의 검토를 거친 정식 학술지에 논문으로 실리지도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아르카에오랍토르(Archaeoraptor liaoningensis)’라는 학명도 공식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참여 학자들 사이에서도 화석에 위변조 문제가 있음을 경고하고 있었지만, 결국 발표를 서두른 내서널지오그래픽 잡지에 기사가 실리고맙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미크로랍토르(Microraptor)와 야노르니스(Yanornis)라는 두 깃털공룡 화석을 조각조각 붙여서 만든 위조임이 X-선 CT촬영 등의 분석으로 최종 밝혀지면서, 이 사건은 참여했던 학자들에게도 일생의 큰 오점으로 남았습니다.


1999년 11월호(한국판 2000년 1월호)에 실린 깃털공룡 '아르카에오랍토르' 기사

[1999년 11월호(한국판 2000년 1월호)에 실린 깃털공룡 '아르카에오랍토르' 기사] 


위조화석으로 밝혀진 ‘아르카에오랍토르’: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실린 위조사건 기사(2000년 10월호)와 410권 3월 29일자 Nature(Rowe 외, 2001)에 실린 위조화석 분석 기사

[위조화석으로 밝혀진 ‘아르카에오랍토르’: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실린 위조사건 기사(2000년 10월호)와 410권 3월 29일자 Nature(Rowe 외, 2001)에 실린 위조화석 분석 기사]

 


그런데, 이런 일은 최근에도 발생했습니다. 중국 랴오닝성의 후기백악기 이시안층(Yixian Formation)은 처음 깃털공룡 화석이 발견된 곳이자 문제의 ‘아르카에오랍토르 위조사건’이 일어났던 곳이기도 합니다. 2019년 이시안층에서 발견된 커다란 거미류 화석(몽골라라크네(Mongolarachne), 몸통 길이만 약 4cm)이 중국 국내 학술지에 실렸습니다(Cheng 외, 2019). 그런데, 이 화석을 이상하게 여긴 학자들에 의해 형광현미경 분석 등으로, 긴 다리들이 물감으로 덧칠해 그려지고 조각된 것을 밝혀냈고, 결국은 이시안 층에서 흔히 발견되는 새우류(Cricoidoscelosus)의 희미하게 보존된 원본을 화석 브로커들이 위변조해서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새우류 화석을 위변조해 만든 거미화석: A. 거미화석으로 발표된 논문(Cheng 외, 2019), B. 형광현미경 분석으로 드러난 위변조 흔적(Selden 외, 2019), C. 거미화석으로 위조된 원래의 새우류 화석(Selden 외, 2019)
[새우류 화석을 위변조해 만든 거미화석: A. 거미화석으로 발표된 논문(Cheng 외, 2019), B. 형광현미경 분석으로 드러난 위변조 흔적(Selden 외, 2019), C. 거미화석으로 위조된 원래의 새우류 화석(Selden 외, 2019)]

위의 사례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사례 모두 화석의 출처가 불분명했다는 점이죠. 보통의 경우 고생물학자들은 화석을 직접 발견하고 발굴작업도 직접 수행하기 때문에 화석의 출처가 분명하지만(어느 지역, 어느 시대의 지층에서, 어떤 방법으로, 어떤 상태에서 발견됐는지는 화석을 연구하는 “가장 기초적인 정보”입니다), 이미 누군가 임의로 캐낸 화석을 전달받는 경우, 그보다 더해서 비전문가가 발굴해 판매하는 화석을 구매하는 경우는 화석의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때로는 잘못된 정보, 더 나아가 거짓 정보를 제공받기도 하기 때문에, 반드시 출처의 정확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위의 사례는 화석지 지역 주민이나 판매업자에게 화석을 사들여 연구하는 관행이 불러온 참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이나 엑스포 같은 전시회에서도 심심치 않게 가짜화석들을 볼 수 있습니다. 화석을 연구한 전문가가 없는 박물관은 특히 판매업자만 믿고 전시나 교육용 화석을 구매하는 경우가 있고, 엑스포 같은 일회성 전시회에는 비전문가인 개인 수집가들이 소장한 화석을 대여 받아 전시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름표가 잘못 붙은 경우는 물론, 제멋대로 깎고 다듬고 짜깁기한 키메라 같은 화석을 만나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국내 어떤 전시회에서 만난 깎고 짜깁기한 엉터리 공룡 화석

[국내 어떤 전시회에서 만난 깎고 짜깁기한 엉터리 공룡 화석]


연구자들도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위조화석들이 있을 정도이니, 보통 사람들은 특히 여행지에서 기념품으로 판매하는 화석을 구매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시장에서 파는 화석의 많은 부분이 위변조 됐거나, 아예 가짜 화석을 파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장에서 사온 화석을 전문가에게 문의하셔도 뭔가 의미 있는 답변을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그리고 연구자에게 '얼마짜리' 화석인지를 물어보셔도, 그런 것은 답을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화석의 가치는 돈이 아니라, 지구의 생물진화 과정을 밝혀주는 중요한 실마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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