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된 생명의 역사, 화석] 대멸종의 진실 - 인류는 대멸종의 장본인이 될 것인가, 방패막이 될 것인가
  • 작성자이승배
  • 작성일시2022/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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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1년 11월 14일자 경향신문에 게재된 칼럼의 원문입니다.

링크:https://www.khan.co.kr/science/science-general/article/20211114212403

 

화석은 생물 진화의 증거이면서 동시에 멸종의 증거이기도 하다. 18세기 매머드마스토돈 등 기묘한 화석들이 발견되면서 인류는 비로소 멸종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모든 생물이 언젠가는 죽듯이 그들의 종족(집안)도 언젠가는 대가 끊기고 지구상에서 사라진다이것이 멸종(extinction)이다일반적으로 한 종은 평균적으로 300만년 내지 1,000만년 후에 자연스럽게 멸종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멸종(mass extinction, 대량멸종대량절멸)은 여러 종류의 생물이 광범위하고 빠르게 멸종하는 현상이다. 1980년대 초미국의 고생물학자 셉코스키와 라웁은 그때까지 알려졌던 모든 해양생물 화석들을 과(family)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캄브리아기 이후 많은 집단이 도드라지게 사라진 “5대 대멸종을 인지했다바로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말(약 4억 4,400만 년 전), 데본기 말(약 3억 5,900만 년 전), 페름기 말(약 2억 5,200만 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약 2억 200만 년 전), 마지막으로 백악기 말(약 6,600만 년 전)에 대멸종이 있었던 것이다.

대멸종의 시기와 강도를 보여주는 지질박물관 전시 이미지

<대멸종의 시기와 강도를 보여주는 지질박물관 전시 이미지>

 

화석을 통해 알아낸 대멸종은 지질학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70% 이상의 생물종이 완전히 없어진 사건들이었다짧은 시간이란 10만 내지 200만년이고최대 대멸종은 95%의 생물종이 멸종한 페름기 말이었다주된 원인으로는 운석 충돌기후변화초대륙의 형성대규모 화산활동 등 다양한 기작이 거론되어 왔으나백악기말 운석 충돌을 제외하고는 그 원인이 한 두 개로 압축되지 않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5대 대멸종은 지구 내외부의 복합적 요인에 의해 일어난 자연스러운 생태계 격변 현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멸종 직후의 모습은 흔히 시체가 나뒹구는 찰나로 그려지곤 하지만 실제로는 눈에 띄는 생물의 종류가 현저히 줄어든 쓸쓸한 풍경으로 표현되는 게 알맞다그런데 이 외롭고 적적한 모습대멸종은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어 새로운 생태계가 펼쳐졌다단적으로 페름기 말 대멸종 이후에는 파충류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고백악기 말 대멸종 이후에는 포유류의 세상이 왔다이 두 집단 모두 대멸종 전에는 기를 펴지 못하고 숨죽이며 겨우 살아가던 생물 집단이었다.

 

지금 우리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대에 살고 있다지금의 대멸종은 이산화탄소 대량 방출서식지 파괴와 환경오염남획외래종 유입 등 하나의 생물종인 인간의 활동이 명백한 원인이라는 점에서 과거 5대 대멸종과 다르다멸종위기종의 국제적 관리기구인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 500년 간 약 900(전체의 약 1%)의 생물이 멸종했으며멸종위기에 처한 500종 이상의 육지 동물이 20년 이내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지난 500년간의 속도라면 전체 생물의 75%가 멸종하기까지는 앞으로 37,500년밖에 남지 않았다이 속도는 새를 제외한 공룡의 멸종으로 유명해진 백악기 말 대멸종보다 최대 81배 빠르며특히 1980년 이후의 멸종 속도는 165배 정도 빠르다고 한다.

 

약 1만 년 전,우리 조상들은 인류의 서식지 확장을 통해 이미 약 180종의 대형 포유류를 멸종시킨 전력(?)이 있다인류가 제6대 대멸종의 장본인으로 기록될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막은 슬기로운 생물로 남아 있을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지질박물관에서 사라진 생물의 화석을 관찰하며 지금 멸종하고 있는 생물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가을이 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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