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된 생명의 역사] 지구의 난제를 푸는 실마리, 화석
  • 작성자지질박물관
  • 작성일시2023/08/2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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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화석,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이 글은 2021523일자 경향신문에 게재된 칼럼의 원문으로서 저자가 사진을 추가하여 게시합니다.

 

https://www.khan.co.kr/science/science-general/article/202105232130015

 

그리스 신화에는 예술, 천문, 역사 등을 관장하는 아홉 여신인 뮤즈(Muse)’가 등장한다. 박물관(Museum)이라는 단어는 이 여신들을 모시는 사원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박물관은 인류의 역사와 문명의 자취를 모아놓은 곳이다. 인류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이해하며 미래를 현명하게 맞이하는데 박물관의 목적과 가치가 있다.

 

일반적인 의미의 박물관과는 달리 자연사박물관이라는 곳도 있는데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 미국 스미소니언자연사박물관 등이 대표적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도 자연사박물관에 속한다. 여기에는 인류의 역사와는 무관해 보이는 각종 암석, 광물, 화석과 같은 지질학적 표본들이 많다. 자연사는 결국 지구의 역사이며 46억년 지구 역사의 대부분은 바로 지구가 만들어 온 암석과 화석의 형태로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그림1. 지질박물관 전경> 


자연사박물관에서 생물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화석이다. 화석(fossil)은 땅 속에서 발굴된 것이라는 뜻의 라틴어 fossilis에서 기원했는데 생물체의 전체 또는 부분, 생물체의 활동 흔적이 퇴적암 속에 남아 있는 것을 가리킨다. 쉽게 말하면 화석은 돌에 남은, 돌이 된 생명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연상되는 공룡의 뼈나 발자국 이외에도, 화석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갑각류, 곤충, 거미, 연체동물, 산호 등의 무척추동물은 물론 식물의 잎, 플랑크톤, 가재가 판 굴이나 고둥이 기어간 자국, 심지어 꽃가루나 동물의 내장기관도 화석으로 남는다. 멸종한 과거 생물들의 정보까지 더해져 화석은 생물의 진화와 멸종, 과거 지구의 환경에 대한 중요한 과학적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림2. 연약한 더듬이와 신경계까지 보존되어 있는 멸종한 절지동물 Misszhouia 화


교과서 곳곳에 등장하는 지구의 역사에 대한 많은 지식들이 화석을 통해 얻어졌다. 이러한 지식들은 화석을 발견했다고 해서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발견된 화석이 어떤 생물이었으며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살다가 죽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종합적인 연구가 범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축적된 결과다.

 

화석 연구는 흔히 현대의 과학수사와 비교되기도 한다. 마치 다양한 증거를 통해 범죄 현장을 재현하듯 화석 연구는 물리학, 화학, 수학, 생물학 등 다양한 과학 분야를 총 동원하여 지질시대의 한 순간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새로운 화석이 발견되거나 이미 연구된 화석이라도 후일 발전된 기술로 다시 분석되면 전혀 새로운 지식이 탄생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는 기상이변, 수많은 생물의 멸종, 팬데믹 등 급격한 지구 환경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지구 환경은 생물계와 무생물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결과다. 결국 이러한 복잡한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지구를 거대하고 장구한 공간과 시간의 시스템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구를 시스템으로 보는 같은 방향의 시각을 다수가 공유할 때 마치 평행선이 소실점을 이루듯 거시적인 공통의 목표가 수립되고 화합과 협력이 증진될 수 있다.

 

지구 시스템적 사고, , 인류를 넘어 지구의 역사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확산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화석이 그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화석을 수집, 연구하고 전시하는 유서 깊은 박물관이 많은 나라일수록 지구를 걱정하는 활동가들이 많이 배출되는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이것이 바로 화석이 박물관에 있어야 하는 - 지질박물관과 같이 화석을 직접 연구하고 전시하는 박물관이 많아져야 하는 존재의 이유다.


<그림3. 지질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된 국내외 화석 표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