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족류

두족류(頭足類)는 커다란 눈과 턱이 있는 머리를 중심으로, 한 쪽엔 내장기관이 들어있는 복부가 있고, 다른 한 쪽엔 긴 촉수들이 뻗어 있는 독특한 신체구조의 연체동물이다.

암모나이트로 대표되는 패각을 가진 두족류의 나선형 껍데기는 달팽이 같은 복족류(腹足類)의 패각과 외형이 유사해 보이지만, 그 내부구조는 전혀 다르다. 껍데기의 내부는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는데, 입구 쪽 가장 넓은 방(체방, body chamber)은 머리와 촉수, 몸통을 수용하는 부분이고, 껍데기 안쪽까지 나뉜 여러 개의 작은 방들(기방, phragmocone)은 이들의 독창적인 부력조절 기관으로 사용되는 부분이다. 이 작은 방들에 채우는 가스와 액체의 비율로 부력을 조절하면서 헤엄치는 수심을 유지하거나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크게 세 개의 무리(앵무조개목 Nautiloidea, 암모나이트목 Ammonoidea, 초형목 Coleoidea)로 나뉘며, 고생대가 시작되는 전기캄브리아기에 직선형 패각을 가진 앵무 조개목 두족류를 시초로 지구상에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후기실루리아기에 출현한 암모나이트목 두족류가 중기데본기 이후부터 빠르게 세력을 키워가면서 두족류의 패권을 장악하게 되었다(오징어를 포함한 초형목 두족류에 속하는 벨렘나이트도 암모나이트목과 거의 같은 데본기에 출현했지만 중생대 쥐라기에 이르러서야 전성기를 맞는다).

페름기 대멸종으로 해양생물의 약 90%가 사라지는 시련을 겪었지만, 중생대의 두족류는 암모나이트목을 중심으로 급속히 다양성을 회복하면서 최고의 절정기를 누렸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공룡을 사라지게 한 백악기 대멸종을 끝으로 껍데기를 가진 암모나이트는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으며, 그들의 친척인 앵무조개와 오징어, 문어류 만이 살아 남아 두족류의 명맥을 잇고 있다.

두족류 이미지

직선형 앵무조개류 Orthoceras

앵무조개류: Nautiloid
고생대 오르도비스기(Ordovician)
강원도 태백시, 보존부분 약 11cm

이들은 삼엽충과 함께 고생대의 아열대 바다를 헤엄치던 원시적인 앵무조개이다. 이렇게 긴 원뿔형 껍데기를 가졌던 초기의 두족류는, 수중에서 좀더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달팽이처럼 말린 껍데기로 진화한다. 이 화석에서는 껍데기의 외형이 암석에 찍혀 남았으며, 수많은 격벽으로 나뉜 기방(氣房, phragmocone)의 단면이 일부 드러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