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식물의 진화

고생대가 시작되고도 약 1억 년이나 지난 실루리아기. 바다는 이미 다양한 생물들로 넘쳐나고 있었지만 육상은 아직 누구도 진출하지 못한 황무지였다. 그때까지 물에 의지해 살아가던 수생식물들에게, 메마른 대기와 몸을 가누기 힘든 중력은 육상 진출의 커다란 장벽이 되었다. 수분과 양분의 통로인 동시에 줄기를 지탱하는 관다발조직, 그리고 수분 손실을 막는 단단한 표피를 개발해낸 식물은 마침내 전기실루리아기(약 4억 2,800만 년 이전)에 이르러 얕은 강가의 수면 밖으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비로소 식물의 육상 정복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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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소니아는 처음 수면 위로 올라온 원시적인 유관속 식물(관다발 조직을 가진 식물)이다.

고생대 Paleozoic Era

축축한 땅을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한 육상식물은 건조한 내륙으로 진출하면서 빠른 진화 를 거듭했다. 크고 작은 양치류(고사리류)와 대형 석송류, 대나무처럼 줄기마디를 가진 속 새류, 원시적인 나자식물(겉씨식물) 등이 번성하면서 고생대의 지구상에는 피자식물(속씨 식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종류의 식물이 출현했다. 이처럼 다양한 식물 군락으로 이루어 진 고생대의 숲은 이후 전세계에 분포한 대규모 석탄층의 기원이 된다.

중생대 Mesozoic Era

공룡 등을 포함한 다양한 파충류들이 번성했던 중생대는 소철, 은행, 구과식물 등 씨앗을 만들기 시작한 나자식물이 석송과 양치류를 대체해 나갔다. 백악기에 출현한 꽃(현화식물, 피자식물)은 식물이 자신의 번식에 다른 생물을 이용한 새로운 시도였으며, 이들이 수분을 위해 만들어낸 꿀과 결실로 맺어진 열매는 동물에게 새로운 먹잇감을 제공하면서 또다른 진화를 파생시키는 계기가 된다. 화석 기록상에는 전기백악기나 후기쥐라기가 피자식물의 출현시점으로 나타나지만, 최근 분자계통분류학적 연구에 따르면 나자식물에서 피자식물이 갈라져 나온 시점이 약 2억 9,000만 년 전 후기석탄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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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잎 영국 요크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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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밤나무 잎 Quercus zellerei 신생대 제3기, 포항시

신생대 Cenozoic Era

공룡이 종말을 고한 백악기 말 이후, 약 4,500만 년 전을 경계로 지구는 매우 온난하면서도 온화한 기후에서 차고 건조하며 기후대가 뚜렷한 기후로 급격한 환경변화를 겪었다.이런 환경 변화 속에, 중생대 후기부터 차츰 세력을 넓혀왔던 피자식물은 신생대의 시작 이후 급속히 다양화하면서 분포영역을 넓혔고, 이들의 한 계열인 풀(grass)이 등장하면서(약 6,000만 년 전) 비로소 드넓은 초원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