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의 상처

지구 내부의 거대한 에너지가 갑작스럽게 내보내져 땅이 흔들리는 현상을 지진이라 한다. 지진을 일으키는 갑작스런 에너지 내보냄의 원인에는 화산 활동, 산사태, 단층과 같은 자연적 현상이 대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쌓였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암석이 깨지거나 끊어져버리는 단층 현상이 지진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지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각의 상처와도 같은 단층에 대해 알아야 한다.

지진의 원인, 우리나라 지질구조와 지진

쉽게 말해서 지구의 껍데기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암석권(맨틀이 최상부와 지각을 포함하는 암석으로 이루어진 지구 껍데기 층)은 맨틀 대류 현상에 의해 연약권 위를 떠다닌다. 어딘가에서는 새로운 암석이 만들어지고 어딘가에서는 서로 부딪히며 암석이 녹아 다시 마그마가 된다. 암석이 새로 생기고 움직이고 소멸하는 과정에서 암석권은 여러 개의 판으로 나뉘며 각 판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암석이 부딪히거나 새로 만들어지는 판과 판의 경계에서 암석이 힘을 받다가 견디지 못하고 깨져버리는 단층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주로 판과 판의 경계에서 지진이 발생한다.

판의 이동을 유발하는 원동력 영상물

판의 이동을 유발하는 원동력 영상물

한반도 인근에 작용하는 스트레스 상태. 검은 화살표는 압축 또는 인장 스트레스를 나타냄

한반도 인근에 작용하는 스트레스 상태. 검은 화살표는 압축 또는 인장 스트레스를 나타냄

한반도는 판의 경계에서 약간 떨어져 판의 내부에 위치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지진이 덜 발생하는 편이다. 그러나 유라시아판의 끝자락에 위치한 한반도는 태평양판과 필리핀판, 멀리 인도판의 힘까지 받고 있어서 이미 한반도에 존재하는 중생대에 형성된 단층이 재활성되면서 지진이 발생하게 된다.

지각변형, 단층이란?

단단한 암석으로 이루어진 지구 껍데기 부분의 형태가 변하는 현상을 지각변형이라 한다. 지구내부 수~십수 km 지하에는 높은 열과 압력이 가해지는데, 이런 환경에서는 단단한 암석도 휘어지거나 늘어나기도 하며 암석의 부피와 모양이 바뀌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습곡이 있다. 한편, 지하의 단단한 암석이 지표면으로 올라오게 되면 압력이 사라지고 식어서 깨지기도 하고, 판의 운동에 의해 암석이 받던 힘을 견디지 못할 때 깨지거나 부서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절리와 단층이 있다. 단층은 그 좌우의 암석이 상대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는지에 따라 정단층, 역단층, 트러스트(충상)단층, 주향이동단층 등으로 구분된다. 현실에서는 지표 가까운 곳에서 암석이 압축될 때 단층과 습곡이 동시에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예로 에베레스트 산맥에서 수많은 습곡과 단층이 관찰된다.

정단층, 역단층 만들어보기 체험

정단층, 역단층 만들어보기 체험

습곡, 주향이동단층 만들어보기 체험

습곡, 주향이동단층 만들어보기 체험

한반도 단층 체험 의자

한반도 단층 체험 의자

최소 25억 년 동안 한반도는 복잡한 지각 변동을 겪으며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단층과 습곡작용을 겪어왔다. 그래서 우리나라 곳곳에서 크고 작은 단층을 볼 수 있다. 한반도 단층 체험 의자에서는 경기도 연천 지역의 전곡단층(정단층), 충남 보령 지역의 장산단층(역단층), 강원도 영월 지역의 충상단층, 경상도의 양산단층(주향이동단층) 등 대표적인 4개의 대형 단층을 체험하고, 대형 TV에서는 우리나라 곳곳의 소규모 단층들 사진을 볼 수 있다.

활성단층이란?

모든 단층이 지진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지질학적으로 최근, 즉 신생대 제4기 이후(약 258만년 전 이후)에 한 번이라도 움직인 단층을 활성단층이라 하며, 언제든 다시 재활성되어 지진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중요시된다. 우리나라의 대규모 지진을 대비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전국의 활성단층을 찾아 단층지도를 만드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연구 과정에서 발견된 활성단층 중 하나인 충북 음성의 백마령단층을 그대로 옮겨 전시하였다.

백마령단층 실물 표본

백마령단층 실물 표본

단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40억 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지구의 지각변동은 무수히 많은 단층을 만들어왔다. 단층은 위험하지만 지구와 인류가 함께 살아 움직이고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인류는 위험한 단층 위에서도 문명을 꽃피웠다는 아이러니를 보면 알 수 있다. 신라의 수도 서라벌(경주)은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양산단층 가운데 자리했었고, 실리콘벨리의 샌프란시스코는 강력한 진원인 산안드레아스 단층 위에서도 번영을 누리고 있다. 단층과 지진을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대비한다면 얼마든지 슬기롭게 공존할 수 있다다. 이 전시를 통해 단층에 대해 이해하고, 이 땅이 겪고 있는 힘과 움직임에 대해 넓은 안목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