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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시2023/05/1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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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안전지대라고 말할 수 없는 우리의 땅, 한반도
글 박은진 선임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지난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큰 지진이 발생하여 많은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미국지질조사소(USGS)의 관측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규모 8 이상의 지진은 연간 1회, 규모 7 이상의 지진은 연간 16회, 규모 6 이상의 지진은 연간 150회 정도 발생한다. 지진 발생 위치나 환경적 요인, 내진 시설 구축 정도 등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규모 6 이상이면 사회적 피해를 발생시키는 강진으로 볼 수 있다.
강진이 세계적으로 2~3일에 한번 꼴로 발생하고 있다. 물론, 이 중에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나 해역에서 발생하는 지진도 많지만 이만큼 강진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할까? 지난 2016년 우리나라 계기 지진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인 리히터 규모 5.8의 경주지진과 2017년 리히터 규모 5.4의 포항지진이 연달아 발생하며 지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고 이러한 질문도 많이 접했을 것이다. 일단, 지구는 판(plate)으로 이루어져 있고 지진은 판경계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한반도는 판내부 지역이고 지진 다발 지역은 아니다. 한반도와 같은 판내부 지역에서 지진 활동 특성을 파악하거나 지진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관측 자료가 필요한데 우리나라에서 현대화된 장비로 지진 관측을 시작한 것은 40여 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러한 계기 지진 자료를 통한 연구뿐만 아니라 문헌에 기록된 역사 지진 분석 연구와 지질/단층 조사를 통한 고지진 연구를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한반도 발생 가능 지진을 추정할 수 있다.
우선, 역사 지진 자료를 살펴보자. 2012년 기상청에서 발간한 ‘한반도 역사 지진 기록(2년~1904년)’ 보고서에 따르면 역사 지진 중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진도 V 이상의 지진은 전체의 약 20%였고 인명피해나 지면 갈라짐 등이 발생한 진도 VIII-IX의 지진은 15회로 전체의 0.7% 정도였다(표 1). 100여 명의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일으킨 것으로 기록된 779년 경주 지진, 많은 역사 기록이 남아있는 1518년 수도권 지진, 해일을 일으킨 1643년 울산 해역 지진 등이 진도 VIII -IX로 추정되며 Lee and Yang(2006) 논문의 진도-규모 변환식을 이용하면 규모는 최대 6.7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역사 지진 자료를 통한 연구는 기록된 피해와 현상 등을 바탕으로 진앙 및 규모를 추정하기 때문에 계기 지진 자료에 비해 불확실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에는 역사 지진 자료와 계기 지진 자료를 함께 사용하여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향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에서는 지진원 모델링 기반 강지진동 모사 시스템을 활용한 역사 지진 규모 평가 연구를 최초로 시도하고 있다. 역사 지진에 대한 정보와 지진 및 단층 연구를 통해 얻은 지질정보 등을 통해 역사 지진을 시뮬레이션하여 규모 평가에 대한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땅에 기록된 고지진(또는 선사 지진)자료를 통해서도 한반도 발생 가능 지진을 추정할 수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활성지구조연구센터에서는 현재의 지진환경이 지속되어 온 제4기(기원전 약 258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에 지진을 일으켰던 단층 구간을 탐지하고 조사하는 활성단층 관련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남부 양산단층대를 조사하는 중 월산, 미호, 인보 지점을 포함한 단층 구간이 한 번의 개별적인 지진으로 동시에 운동하였을 가능성을 발견하였는데 만약 그렇다면 지진동시성 지표파열의 길이가 최소 11.7km로 추정된다는 논문을 발표하였다(Kim et al., in Revision). 이는 Wells and Coppersmith(1994) 관계식으로부터 심부 단층 파열 길이 23.5km, 모멘트 규모 6.4로 계산된다. 수천~수만 년의 시간은 인간의 생애주기로는 매우 길지만 수백만 년 전에 현재의 지진환경으로 들어선 한반 도에는 매우 짧은 순간이다. 이러한 규모의 지진이 언젠가 다시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진 예측은 지진재해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일본을 중심으로 많은 나라에서 짧은 기간 내에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분야이기도 하다. 따라서 과거에 발생한 지진 정보를 통해 경험적으로 접근하는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한반도처럼 중대형 지진 발생이 낮은 지역은 역사 문헌 또는 땅속에 기록된 고지진들의 정보가 중요하게 고려된다. 앞서 간단히 소개하였지만 많은 연구자들이 역사 지진 및 고지진 연구를 통해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의 최대 규모를 6.5 -7.0 정도로 예측한다. 2015년 국민안전처에서 발간한 ‘지진재해로 인한 사회 경제적 피해 예측 모델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하면 수십만 명의 인명피해와 수백조 원의 경제손실이 발생하며 규모 7.0 지진이 발생하면 수백만 명의 인명피해와 수천조 원의 경제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렇듯 한반도에서 중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결국 현재의 과학 기술로는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지진조기경보기술을 통해 지진 발생시 신속·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화재, 전기, 구조물 낙하 등으로 인한 후속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한다. 대국민 교육을 통해 지진 발생 시 행동 요령, 지진 대피장소 등을 평소에 숙지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높은 인구밀도, 난개발, 도시화, 건물 다양화에 따라 지진재해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내진 설계에 의한 안전성 확보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재해 복원력, 즉 재해 이전 상태의 사회기능으로 회복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일본은 1995년 규모 7.3인 고베지진 당시 사회 제반 시설의 생명선(Life line)이 지진 발생 3개월 만에 완전히 복구되었다. 우리나라는 피해가 큰 지진을 겪어보지 않았고 아직까지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이 많이 남아 있어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미흡한 상태이다. 물론 지진 위험도나 지진 예측을 위한 연구도 이어나가겠지만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지금,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과 발생 후 대처에 대한 연구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