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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시2023/08/1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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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GAM은 왜 바다를 연구하게 되었나
글. 최윤석 센터장(해저지질탐사연구센터)
인류 문명의 발전은 지구의 자원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문명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육지에서의 자원확보는 한계에 이르렀고, 인류의 눈길은 진작부터 바다로 향하였다.
지구 표면의 71%를 차지하는 바다에는 육지 이상의 무한한 자원이 존재하며, 대부분 아직 발견조차 하지 못한 것들이다.
바다에서의 자원탐사와 개발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바다는 압력, 온도, 어둠 등의 극한 상황으로 인해 인류에게는 우주만큼 미지의 세계이다.
극한 조건의 바다에서 해저 지하의 자원을 탐사하는 기술은 탐사 장비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하여 오고 있다.
[KIGAM이 바라본 망망한 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국토의 지질, 자원, 재해 등을 조사하고 연구하여 국민의 이익과 안전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육상자원이 고갈되어가는 지금, 인류는 일찌감치 시선을 바다로 돌렸다. 바다는 국토의 중요한 영역으로 국가 간 첨예한 대립과 분쟁의 소지가 있는 곳이며, 우리나라는 동해, 서해, 남해에서 주변국과의 경계가 확정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자원확보와 경계 확정을 위해 해역에서의 지질조사에 힘써왔다. 1972년부터 1997년까지 탐해호를 이용하여 해양탐사를 수행해왔다. 다만, 탐사선의 규모가 수백 톤에 불과하고 해양 탄성파탐사 장비를 구축하지 못하여, 해저 천부의 지질조사 및 음향탐사만을 수행할 수 있었다. 국내 주변 해역에서의 자원탐사 요구가 증대되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노르웨이 Ulstein 조선소를 통해 선박을 건조하게 되었다. 1997년 국내 유일의 물리탐사 전용 선박 ‘탐해2호’가 취항하고 에어건, 스트리머 등의 탐사 장비를 구축하여 본격적으로 해저 지하 자원탐사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밖에 탐해2호는 음향 탐사 장비, 중자력 탐사 장비 및 해저 천부의 퇴적물 샘플 채취 장비인 박스 코어러, 피스톤 코어러 장비 등을 구축하여 종합적인 해양 지질조사 및 자원탐사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탐해2호의 취항 이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국내 해역에서 석유·가스 자원탐사를 수행해왔으며, 주변국과의 경계 해역에서 자원 부존 유망성 탐사를 통해 해양경계획정을 위한 기본 정보를 제공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동해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 탐사를 통해 부존 위치와 매장량을 확인하고 실물 샘플을 채취할 수 있었다. 이후 개발·생산을 위한 연구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댐 건설과 환경문제 등으로 육상 골재 공급이 급격히 감소해 건설 분야 골재 파동이 문제가 되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이러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바다에서 골재 자원을 조사해오고 있다. 또한 국내 해역을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 연차별로 지질조사와 물리탐사를 통해 해저 지질도와 다양한 해저 지질 주제도를 편찬하여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해저 단층대 조사 및 사면사태 등의 해저 지질재해 조사와 연구를 통해 국민 안전 확보에 기여해오고 있다.
세계 각국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대응책도 바다에서 찾고 있다. 정부는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중 상당량을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다. 이산화탄소 저장소 부지 및 공간은 주민 수용성 문제로 육지의 지하공간보다 바다의 해저 지하공간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를 위한 탐사를 국내 해역에서 꾸준히 수행해 오고 있다. 이산화탄소 저장소 탐사는 기존 석유·가스 자원탐사 기법과 방법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이산화탄소 저장소 탐사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저장 시 이산화탄소가 잘 저장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링 기술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저장 모니터링(CCS 모니터링) 기술은 처음 기준탐사(baseline survey)를 통해 자료를 취득하고, 이후 수개월에서 수년의 시차를 두어야 한다. 동일한 지역에서 같은 조건으로 모니터링 탐사(monitoring survey)를 수행하여 얻는 자료를 처리한(processing) 후 서로 비교하여 저장공간에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잘 집적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해양 탄성파탐사에서는 해수면 근처 수중에서 스트리머 수진기를 이용하여 파동을 기록한다. 이때 해저 지하에서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파동 중 P파는 물층을 통과하는 반면, S파는 통과하지 못함으로 지하의 중요정보를 얻지 못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기존 해수면에서 스트리머 장비를 이용하여 파동을 기록하는 데서 나아가, 해저면 바닥에 케이블이나 노드 형태의 수진기(OBC, OBN)를 직접 설치하여 P파와 S파를 모두 기록하는 해저면 다성분 탐사를 수행하였다. 이를 통해 기존 해수면 탄성파탐사에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가스층 하부의 구조나 저류층의 특성을 더욱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해저면에 수진기를 설치하여 장시간 기록할 경우, 시차를 두고 동일지역 동일 조건으로 탐사가 가능하여 이산화탄소 저장 모니터링 탐사에도 이점이 있다.
[해양탐사 기술 고도화 및 탐사계획]
국내 해역에서의 자원탐사도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대양과 극지 등 난탐사 지역에서의 자원탐사가 요구되며, 이에 대한 탐사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탐사 기술 고도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러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신규 물리탐사 전용 선박인 ‘탐해3호’가 2024년 상반기에 취항할 예정이다. 6,500톤급 3D/4D 물리탐사 선박인 탐해3호는 탐해2호에 비해 톤수는 약 3배 증가하며, 탑재한 스트리머 수진기는 2조×3km에서 8조×6km로 8배 증가, 에어건 음원 시스템은 4500cu3에서 6000cu3로 약 1.5배 증가하게 된다. 또한 탐해3호에는 새롭게 400대의 OBN 해저면 다성분 기록계도 탑재한다. 탐해3호는 내빙 기능을 포함하여 극지방에서도 탐사가 가능하다. DP (dynamic position) 기능 역시 탑재되어 GPS상 정확히 한 지점에 머무를 수 있어 더욱 정확한 탐사가 가능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향후 탐해3호를 활용하여 국내 해역을 넘어 동남아 등 해외 탐사 시장 및 대양과 극지 등 난탐사 지역까지 자원탐사영역을 넓혀나가고자 한다. 또한 최근 자원 무기화로 화두에 오른 희토류를 태평양 해저 퇴적물에서 찾는 탐사를 수행할 예정이다. 태평양 섭입대(subduction zone)는 지구에서 가장 많은 지진이 발생하는 곳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향후 미국 지질조사국(USGS)과 공동으로 알류샨 해구(Aleutian Trench) 등에서 지질재해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드넓은 해양에서 더욱 정확하고 효율적인 탐사를 이어가기 위해, 세계 각국은 새로운 탐사 장비와 탐사 기술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 수중에서 무인 자율 운항체를 이용한 기록시스템에 AI를 접목하는 것이다. 극한의 바다 환경에서도 효율적이고 정확한 탐사를 수행하는 방법이 여럿 제안되고 있다. 또한 광케이블을 해저에 설치하여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파동을 기록하는 새로운 모니터링 기법들도 개발하고 있다.
[맺음말]
바다는 수많은 자원을 품고 있어 인류에게는 당면 문제 해결을 위해 도전해야 할 장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의 발길을 쉽게 허용하지 않으며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해양탐사 기술을 개발하고 선진 탐사 장비를 구축하여 극한의 바다 환경에서 해저 자원탐사와 지질조사를 수행해 왔다. 이를 통해 국내 해역에서 석유·가스 및 가스하이드레이트를 탐사하고, 해저 지질도 및 해저 지질 주제도를 발간하여 국민에게 제공하며, 바다 골재 자원 조사, 해저 단층 및 해저 지질재해 요소 파악,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소 탐사 및 모니터링 기술 개발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 왔다. 향후 신규 물리 탐사선인 탐해3호의 취항 후에는 탐사영역을 국내 해역에서 대양과 극지까지 확장해 나가며 해양에서 다양한 탐사 및 조사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앞으로 새로운 탐사 기술과 탐사 장비의 꾸준한 개발을 통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선두에 서서 바다의 비밀을 풀어가는 기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