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홍보실
- 작성일시2024/04/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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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캐한 세상을 변화시킬 CCS 기술로 희망을 말하다
-박용찬 센터장(CO2지중저장연구센터)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후 이변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
화석연료에 기대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지금, 방법이 없을까. 온실가스로 인해 매캐해진 대기에 해결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박용찬 센터장은 지금이야말로 CO2지중저장 기술이 탄소중립에 중요한 역할을 기여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현재 수행하고 계신 연구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려요.
제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CO2지중저장연구입니다.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라고 부르는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의 일부죠. 그중에서도 CO2를 지중에 저장할 때 어떻게 효율적으로 주입하고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고 있습니다.
CO2, 즉 이산화탄소를 지중 저장한다고 하니 일반 국민에겐 조금 생소할 것 같아요.
CO2지중저장연구란, 말 그대로 이산화탄소를 모아서 지중에 저장하는 연구를 말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CO2를 배출하는 대규모 배출원들이 여러 개가 있어요. 대표적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곳이겠죠. 발전소나 철강회사를 비롯해 석유화학을 원료로 하는 공장까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데서는 CO2가 배출됩니다. 이렇게 대규모로 배출되는 CO2를 대기 중으로부터 분리하고 수송한 후 어디엔가 저장하는 방법입니다. 특히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깊은 땅속에 안전하게 저장하고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죠.
CO2지중저장연구에 대한 배경이 궁금하네요. 이 또한 탄소중립을 향한 하나의 도전과 같아 보여요.
맞아요.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주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탄소중립’이잖아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온실가스를 최대한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CO2를 아예 사용하지 않을 수 없어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우리 사회는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아직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에너지가 공급되는 게 가장 좋겠지만, 외국과 비교해봐도 현재는 신재생에너지를 적용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대부분 에너지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으니 탄소중립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화석연료가 사용되는 대규모 배출원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심부 지층에 저장하는 CO2지중저장 기술이 주목받게 되었죠. 지금 당장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긴 어려우니, 신재생에너지로 가는 중간 단계에서는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것입니다.
상상이 잘 안되긴 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CO2는 기체 상태잖아요. 기체 상태를 유지하며 땅속으로 저장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심도가 굉장히 중요해요. 대기에서는 당연히 기체 상태로 존재해요. 그런데 압력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온도가 높아지고, 초임계 상태에 도달해 액체와 기체가 구분돼요. 심도가 1,000m 이상 되는 지층에 주입하니 구분이 더욱 명확해지죠.
초임계 상태란 임계점 온도와 압력이 높아져 액체와 기체가 구분되는 상태를 말해요. 초임계 상태가 되면 CO2의 밀도는 액체와 비슷하고 점도가 낮아져서 흐르기에 유리한 상태가 되거든요. 그럼 적은 부피에 더 많은 CO2를 저장할 수 있어요.
그럼 이렇게 높은 밀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저장지층의 조건이 맞아야 하겠군요.
맞습니다. 암석의 특성이 매우 중요해요. CO2가 저장될 수 있도록 암석 사이의 공극이 충분히 있어야 해요. 대표적으로 모래가 뭉쳐져 만들어진 사암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15~20%의 공극이 있어요. 이런 공극에 CO2를 저장하게 됩니다. 이렇게 공극률이 높은 사암이 CO2가 들어왔을 때 공극 사이가 잘 연결돼 있어 다른 공극으로 잘 이동하고 더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게 된답니다.
또 하나 필요한 조건은 덮개층입니다. CO2가 물보다 가벼워요. 그러니 상부로 떠오르게 되겠죠. 이를 막기 위해 저류층의 윗부분에는 덮개암이 필요해요. 기체 상태인 CO2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암석이 필요합니다.
이런 조건들을 충족하는 지역이 있을까요?
대표적으로 퇴적 분지가 대규모로 발달한 지역에 저장할 수 있어요. 저장하는 공간이 되는 사암도, 그 위를 덮어줄 덮개암도 모두 퇴적암이어야 하거든요.
국내 육상에도 퇴적 분지가 있긴 하지만 CO2를 저장하기엔 조건이 적합하지 않아요. 그러니 육상에는 없는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대륙붕에서는 동해 울릉 분지라든지 서해 군산 분지, 남해 제주 분지가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특히 울릉분지 같은 경우 동해-1 가스전과 같이 최근까지 천연가스를 생산해 온 구조가 첫 번째 CO2 저장소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땅이라는 게 완전한 저장소라고 보긴 어렵지 않은가요? 특히 아직 우리나라에는 활성 단층이 존재합니다. 단층 균열 등을 통해 가스 유체가 새어 나올 위험은 없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단층을 통해 유동 즉, 유출이 일어날 수 있어요. 이러한 이유로 저장소를 선정하는 단계에서 ‘이 단층이 과연 유출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지?’가 중요하게 식별되어야 해요. 또 면밀한 검토를 통해 CO2를 주입했더라도 꾸준한 모니터링이 이어져야 하죠.
우리가 예상하고 계획했던 위치에 CO2가 제대로 안전하게 저장돼있는지 연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단순히 포집하고 저장하는 기술을 넘어, 재활용이 가능한 CCU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CCU(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 기술은 저장된 CO2를 재활용하는 기술입니다. 해외에서는 원유를 추가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CO2를 주입해서 재활용하기도 해요. 또는 CO2와 다른 광물을 반응시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도 있겠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CO2활용연구센터에서 광물화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CCS 기술이 대규모 배출원과 저장소를 고려한다면 CCU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배출원과의 연계를 목표로 합니다.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CCS 기술이 가져다줄 수 있는 사회적 이점이 무엇이 있을까요?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도 온실가스를 대기 중으로 배출시키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죠.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나 수소 사회로의 도약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현재 우리는 화석연료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어요.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2050년에는 현재 대비 2.5배의 전력수요가 예상되는데 이 모든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여요. 이와 같은 어려움을 CCS가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요.
CCS 기술을 연구하면서 이루고 싶은 꿈이나 바람이 있다면요?
개인적으로 2005년부터 CO2지중저장연구에 참여해 왔어요. 지나고 보니 오랜 시간이 흘렀네요. 가장 먼저 국내에서 CO2지중 저장이 실현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다른 하나는 제가 해 온 연구가 실제 현장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했어요. 연간 400만 톤에 이르는 CO2를 지중 저장으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 곧 국내에서 CO2 지중 저장이 실현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국제 공동연구로 호주와 함께 CCS 연구를 수행해왔는데, 우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개발한 기술에 무척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호주 연방 정부의 지원으로 호주 현장에 한번 실제 적용해보자는 제안을 해오고 있습니다. 만일 이 제안이 받아들여진다면 2026년, 2027년에는 실현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그때까지 노력하는 정신을 잃지 않아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