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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시2024/10/0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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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지킬 수 있는 예측의 힘
산사태 조기경보시스템 연구
-김민석 센터장(산사태연구센터)
올해 7월 중순부터 시작된 집중호우로 경상북도와 강원도 일대에서 여러 차례의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
산사태가 잦아진 건 기후변화로 인해 극단적인 기상 패턴이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력하고 예측하기 힘든 폭우는 산지의 토양 포화를 가속화하고 산사태 발생 빈도를 높인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의 약 70%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는 데다, 지형 특성상 흙과 암반이 섞여 있어 피해 규모가 더 큰 실정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개발한 산사태 조기경보시스템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산사태 조기경보시스템은 산사태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통해 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체계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조기 경보를 발령합니다. 먼저 현장에 설치된 다양한 센서를 통해 강우량, 토양 수분, 지하수위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데요. 수집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특정 지역의 토양 포화 상태와 지반 안정성을 평가하고, 수리학적 및 지질학적 모델을 활용해 산사태 발생 가능성을 예측합니다. 그리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산사태 위험 수준을 평가하고 필요시 경보를 발령하는 것이죠. 사후 발생한 산사태 데이터를 분석하여 시스템의 예측 모델을 개선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만든 지질도를 기반으로 지질에 대한 여러 가지 토질의 물리적 특성, 역학적 특성을 통해 자료를 입력한다는 겁니다. 기존 산림청에서 사용하던 시스템은 통계학적인 모형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죠. 산사태 조기경보시스템은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기후변화와 같은 장기적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될 것입니다.
근 몇 해의 여름 동안 비주기적인 호우로 산사태가 자주 발생하여 자연재해에 대한 경각심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입니다. 산사태 연구자로서 이러한 실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산사태는 산지 비탈면에서 집중호우나 지진 등으로 인하여 사면을 따라 토석이 무너져 내리는 중력이동 현상입니다. 자연적인 현상이 빚어낸 산사태는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재해인 셈이죠. 인력으로 막을 수 있는 재해라면, 가장 중요한 건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겁니다. 최근 발생한 산사태로 인해 여러 번 사고 현장에 방문했습니다. 참혹한 현장을 볼 때마다 산사태 연구자로서 책임이 막중하게 느껴지곤 해요. 어떻게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을까, 국민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어떤 연구로 산사태에 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등 끊임없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어요.
산사태 조기경보시스템 외에도 수행하고 계신 연구가 있으실까요?
암석이 물, 공기, 온도 변화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점차 분해되고, 작은 입자로 쪼개지면 점점 더 작은 입자인 흙으로 변하게 됩니다. 풍화된 물질들이 물, 바람, 얼음 등에 의해 이동하여 새로운 장소에 퇴적되기도 하죠. 이러한 토양 샘플을 모아 각 지역의 토양 형성 과정 및 특성을 연구합니다. 이를 통해 토양이 침식되어 퇴적물이 어디까지 이동하는지 알아볼 수 있죠. 이 외에도 지리정보체계(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GIS) 수치모델링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지리 정보를 수치화하는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산사태 발생에 따른 피해는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된 세계 연구 동향이 궁금합니다.
전 세계 연구자들은 기후변화가 산사태 발생 빈도와 강도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 위해 기후 모델링을 사용하고, 강우 패턴의 변화를 분석해 산사태 위험 평가에 활용하고 있어요. 또 기후변화로 인한 장기적인 산사태 발생 추이를 분석하기 위해 역사적인 데이터와 최근 데이터를 통합해 연구하는 추세입니다.방재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지질조사소(US Geological Survey, USGS)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랜드슬라이드 프로그램(Landslide Hazards Program)을 통해 산사태와 관련된 위험을 평가하고, 예방 및 대응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상기후로 인해 달라지고 있는 산사태 발생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예측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이 밖에도 다양한 국가에서 빅데이터, 머신러닝, IoT 등 첨단 기술을 통합해 산사태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하는 추세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상기후가 잦아지면 산사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나요?
일단 가장 큰 영향력은 강우의 변화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대기 중의 수증기가 증가하면 강우량이 많아져 집중호우가 더 자주 발생하는데요. 특히 일정하지 않은 패턴의 강우로 인해 긴 가뭄 후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리게 되면 건조한 토양은 물을 흡수하지 못하고 쉽게 무너져 내리게 되죠.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해 국지성 호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산악 지대에서는 평지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강우량이 계측되고 있는데, 적게는 70mm, 많게는 100m까지 더 내리는 것으로 파악됐어요.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상시로 달라지는 강우 특성을 분석하여 빠르게 시스템에 반영하고, 이전과는다른 양상의 산사태와 토석류 특성을 분석해 자연재해 예측에대한 정확도를 높여야 합니다.
기후 티핑포인트가 다가오면서 이상기후는 더 극심해질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이에 따라 산사태 연구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한국지질자원연구원뿐만이 아니라 국내 정부 부처에서는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부처들이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장이 열리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의 지질 조건은 굉장히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한 분야의 연구만으로 지질 특성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하거든요. 공학이나 토목, 산림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협동 연구를 할 수있는 지점을 찾고, 더 실질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융합 연구보다는 한 단계 고도화된 연구를 진행해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산사태 연구 분야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산사태 연구를 시작한 지 20년이 다 되어갑니다. 이 긴 세월 동안 산사태의 형태도 점점 변해가는 게 실감이 나요. 해가 갈수록 피해 규모도 대형화되고 있고, 사회적인 파장도 커지고 있죠.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산사태 발생 빈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요. 앞으로 산사태 조기경보시스템은 내실화를 통해 정확도를 높이고, 전국 어디에서나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로써 인명 피해를 줄이고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