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지진
한반도의 지진활동 평가에서 피해역사지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크다. 세계 지진학계에 따르면 동일 지역에서 반복해서 피해가 큰 지진이 발생하는 주기는 약 100-1000년 정도이다. 하지만, 근대 지진학의 탄생과 지진자료가 기록 된지는 약 100년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지진 주기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피해역사지진 자료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판경계부 지역에서는 지진이 빈발하여 발생주기가 수 10년 내외이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판내부 지역에서의 지진 발생주기는 상대적으로 매우 길므로, 계기지진자료뿐만 아니라 역사지진자료도 반드시 해석되어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지진자료는 약 2000여년에 걸친 역사지진 자료와 1905년이래의 계기지진 자료가 있다. 역사지진자료는 역사문헌 속에 문자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한 지진의 진앙과 진도를 결정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작성되어 있는 역사지진 목록에서의 지진횟수, 지진발생 시기, 진앙지 및 진도에 있어서 연구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지진연구센터에서는 다수의 전문가가 참여하에 신뢰도가 높은 역사지진목록을 작성하였다.
역사지진에 관한 연구
역사지진에 관한 연구는 와다(和田,1912)이래 여러 연구자에 의하여 수행되어 왔다. 와다(1912)는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의 역사문헌 14종으로부터 지진에 관한 1700여개의 기사를 발췌하여, 자신의 진도분류기준에 의하여 역사지진을 분류하였다. 또한 武者(1951)는 한반도 및 일본, 중국의 지진, 지변 및 화산에 대한 기록을 작성하여 제시하였다. 한편 서정희등(1978)은 와다(1912)의 자료 중 주요지진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였으며, 정봉일(1981)은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일성록 및 동국문헌비고 등의 역사문헌으로부터 총 1766개의 지진을 발췌하여 지역별 시대별 발생빈도를 제시하였다. 한국동력자원연구소(1983)는 와다(1912)의 자료에 나타난 지진기사들을 원래의 문헌으로부터 발췌하여, 역사학자들의 충분한 검토해석을 거쳐 진앙지와 진도를 평가하였다.
Lee and Yang(2006)은 역사지진 자료를 면밀히 재평가하여 발생 시기, 진앙지, 진도 및 규모를 재결정한 2,185개의 지진을 포함한 역사지진 목록을 제시하였다. 경재복(2009)은 역사지진 자료원문을 발췌, 해석하여 주요지진에 대해서는 감진분포도를 작성하여 그로부터 진앙을 재결정하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작성되어 있는 역사지진 목록 들은 지진횟수, 지진발생 시기, 진앙지 및 진도에 있어서 연구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 주고 있다.
지진연구센터에서는 다수의 전문가가 참여하에 신뢰도가 높은 역사지진목록을 작성하였다. 1단계에서는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1차 사료와 고려사절요, 승정원일기, 증보문헌비고 등의 2차 사료로부터 지진과 관련된 기사를 추출하고 이와 관련된 기존의 역사지진 평가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분석하였다. 2단계에서는 수집된 역사지진자료로부터 진앙위치, 진도 등을 그림 1과 같은 절차를 통해 결정하였다. 종합적으로 분석된 역사지진목록은 공청회 및 관련 전문가들의 검토를 통해 확정되었다.
역사지진 활동 공간분포도
역사지진 활동의 공간분포를 알기 위하여, 역사지진의 진앙 분포를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로 나누어 도시하였다. 그림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삼국시대의 진앙은 당시 삼국의 수도, 즉 평양, 한성, 공주, 경주에 집중 분포하고 있다. 이것은 역사기록에 진앙이 대부분 명시되지 않아, 임의적으로 당시의 수도를 진앙지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대의 지진활동의 공간분포를 논하는 데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것은 고려시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며, 이 시대에는 주로 당시의 수도인 개성에 진앙이 집중되어 있고, 강화도, 서울, 경주, 평양과 일부 지역(주로 경상도)에 소수의 진앙이 분포하고 있을 뿐이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진앙지가 한반도 전체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이 시기에는 행정력이 당시의 팔도 거의 전체에 미치고 있었고, 보고 및 기록 체제가 잘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역사기록으로부터 비교적 정확한 진앙 결정이 가능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공간분포를 보면, 진앙지는 한반도 전체에 거의 산발적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이것은 판내부 지진활동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진앙지가 밀집되어 있는 곳은 한반도의 남동해안, 남부 내륙과 서해안 지역으로 보인다. 또한 동해북부와 함경남도에 지진활동의 공백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100년을 단위로 한 세기별로 기록된 지진의 수를 그림에 도시하여보면, 보고된 지진의 수는 조선 중기의 15~18세기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이 시기의 지진활동이 실제로 활발하였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연도별 지진발생에 의한 누적에너지 값을 구하였는데, 역시 14~17세기에 누적에너지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잘 일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