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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석으로 지구의 역사를 꿰뚫다
  • 작성자홍보실
  • 작성일시2018/01/29 16:25
  • 조회수2253



“퇴적암은 과거에는 바다와 호수에 잠겨있었지만 지금은 지표면으로 드러난 암석으로,
그때의 퇴적작용·퇴적환경의 특성을 유추할 수 있어요.”




암석과거현재매개체다


지질연구센터 권창우 박사


권창우 박사는 암석이 있는 곳이라면 산이고 바다고 가리지 않고 어디든 떠날 채비가 되어 있다.
그곳에서 만난 암석은 그 자리에서 쪼개고 분해되어 분석된다.

분석된 결과는 권창우 박사만의 심볼을 통해 지형도 위에 ‘깨알’같이 기록된다.

지구의 모진 풍파가 기록된 암석은 권창우 박사를 두근거리게 하는 테마다.





지표면에 분포하는 암석의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다양한 환경과 작용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암석의 특징이 다양하고 복잡하다. 때로는 비슷하거나 독특한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권창우 박사는 모든 암석을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는 암석 ‘전문가’다. 지역에 따라 분포하는 암석도 제각각 다르다. 그러하니 암석의 행방을 따라 어디든 찾아가는 권창우 박사의 행적은 마치 ‘국토대장정’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는 왜 암석을 연구하는 걸까. 암석에는 지구가 겪은 모든 역사가 담겼다. “화산암에는 화산 분출·퇴적의 흔적이 남아있어요. 화산 분출작용은 뜨겁고 위험하니 그 내부에서 직접 관찰할 수가 없죠. 분출작용 및 특성을 파악하고자 과거에 퇴적된 화산암을 연구합니다. 퇴적암은 과거에는 바다와 호수에 잠겨 있었지만 지금은 지표면으로 드러난 암석으로, 그때의 퇴적작용·퇴적환경의 특성을 유추할 수 있어요. 여러 지질 현상을 관찰하면 부정합, 습곡, 단층, 절리, 지층의 선후 관계 등 다양한 지질학적 사건을 밝힐 수 있죠.”


그가 암석을 통해 이해하고 통찰한 사실들은 ‘지질도’를 통해 구현된다. 지표면에 드러난 암석이 어디에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담은 지도가 지질도다. 지질도에 담긴 여러 지질 정보는 학술 논문의 가장 기초적인 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도시 계획에 꼭 필요한 기초 정보의 역할도 한다. “지질도를 통해 암석의 종류, 단층과 절리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어요. 이는 적절한 공사 설계와 시공법을 제시함으로써 비용절감에 매우 효과적이에요.”


지질도는 보통 2년 주기로 작성된다. 우리나라 지질도는 기본 1:50,000 축적으로, 가로 20km 세로 15km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거리로 따지면 약 300㎢에 해당하는데 1년 동안 부지런히 다닌다 해도 부족한 만큼 긴 거리다. 1cm를 그리기 위해서는 250m를 걸어야 한다. 암석의 특성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이기에 대체로 밖에서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작업에 필요한 주요 도구는 지질조사용 ‘망치(Hammer)’. 때에 따라 시추기, 드릴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망치는 주먹만 한 시료를 채취하기에 더없이 편한 도구다. 망치와 함께 짝을 이루는 도구는 1:25,000 지형도다. “지형도를 들고 사람이 갈 수 있는 길이란 길은 다 다녀요. 때론 중요한 암석이 있으면 없던 길도 만들기도 하죠. 최근에는 청송 주왕산의 지질도를 제작했는데 하루에 10~12km 등산을 하면서 지질조사를 한 적도 있죠.” 산·바다·호수 등을 돌아다니며 눈에 보이는 암석의 특징을 지형도에 기록한다. 암석의 종류에 따라서는 색을 달리해 지형도에 표기하기도 한다. 지질 조사를 통해 얻은 정보는 암석의 종류·지질구조·절대연도 등이다. 암석 대부분을 육안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야외에서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는 편광현미경 및 분석장치를 이용해 관찰하거나 전문가에게 자문한다. “채취한 암석 샘플은 연구원 내부로 가져와 분석하는 작업을 거쳐요. 편광현미경으로 샘플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두께 0.3mm의 ‘박편’을 만들어야 해요. 박편 관찰을 통해 더욱 자세한 광물의 조직, 구성 성분을 파악할 수 있죠.”





권창우 박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땅은 어디일까. 제주도, 독도, 울릉도다. 모두 화산으로 만들어진 땅으로 화산암을 연구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는 곳들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화산 분출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오해다. 지질학적으로 보면 1만 년 내 화산이 분출한 기록이 있으면 ‘활화산’이라 부른다. 제주도는 최소 3~5천 년 내 화산이 분출한 기록이 있다. 지금 당장 화산이 터져도 지질학적으로는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지역인 것. 화산을 예측하는 것은 다가올 재난에 미리 대처하는 일이다. 때문에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화산암을 연구하는 일은 중요하다. “현재 백두산은 정치·외교적으로 여러 문제가 얽혀있어 연구가 어려운 상황이에요. 백두산의 위험도, 분출할 때의 화산재해를 예측하려면 이곳과 비슷한 화산을 연구해야 해요. 그리고 과거의 화산암을 연구하면 이를 바탕으로 현생 화산을 예측할 수 있어요.”


지질도를 완성하는 일은 곧 자기 영토에 대한 주권을 확립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지질도를 완성하고자 하는 권창우 박사의 목표는 뚜렷하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가치를 발견하는 일, 그 가치를 좋은 결과물로 가공해 나누는 일. 그래서 그런지 그의 연구가 더욱 뜻 깊어 보였다. 여름철 벌레의 습격도 겨울철 매서운 한파도 그의 연구를 멈출 수 없다. 그가 가지 않은 땅이 남아있는 한, 그의 연구는 오늘도 내일도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