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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 Column]동일본 대지진, 북한 핵실험… 지진파는 알고 있다
  • 작성자홍보팀
  • 작성일시2016/05/20 00:00
  • 조회수2388


지진학으로 탐지 가능한 인공지진

글. 송석구(지진재해연구실 선임연구원)





대학을 다닐 때 명절 증후군이 있었다.

취직이나 결혼 문제로 친척 분들의 잔소리를 듣기에는 이른 나이였지만, 지진도 많이 일어나지 않는 나라에서 왜 지진학 공부를 하느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듣는 게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본다면, 지진학은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한다.





지진학, 자연지진과 인공지진을 넘어


지구 내부의 뜨거운 열은 맨틀 대류를 따라 지표면으로 방출된다. 이 과정에서 지구 껍질에 해당하는 딱딱한 ‘지각’은 변형된다. 변형의 정도가 암석이 견딜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서면 파열되기도 한다. 또한 지각 변형으로 축적된 탄성 에너지는 지구 내부로 전파되거나, 지표면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경험하는 ‘지진’이다.


지표에 설치한 지진계 센서를 통해 관측된 지진파형을 분석하고 지구 내부 구조와 지진원 발생 메카니즘을 이해하는 연구가 ‘지진학(Seismology)’이다. 본격적으로 지진학 연구가 시작된 지는 100여 년 남짓. 하지만 지진학은 지구 내부가 지각, 맨틀, 핵으로 구성된 것을 규명했고 판구조론(Plate Tectonics)을 수립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지진학은 지표에서 관측한 지진파형 분석 작업이 기반을 이룬다.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고성능 지진 관측망을 구축하는 것은 지진학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 지진 관측망은 순수 지진학 발전에도 기여할 뿐만 아니라, 핵실험 탐지에도 주요하게 사용된다. ‘핵실험과 지진학이 어떤 관련이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흥미롭게도 20세기 현대 지진학은 미국과 구소련이 주도한 핵실험 때문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자연지진 VS 인공지진


땅의 미세한 흔들림을 관측하는 ‘지진계 센서’는 지진단층의 어긋남으로 발생하는 자연지진 뿐만 아니라, 공사현장에서 발파 작업으로 발생하는 인공지진 현상도 관측할 수 있다. ‘지진파 분석 기술’은 자연지진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지진파형을 분석해 지진의 발생 시각, 위치, 크기를 결정한다. 이는 핵실험의 시각, 위치, 크기를 파악하는데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지진파형, 음파 자료 같은 지구 물리 관측 자료를 분석하면, 자연지진인지 인공지진이지도 구분 가능하다.


인공지진은 폭발과 함께 그 충격이 사방으로 퍼진다. 체적의 변화로 전파되는 ‘P파’가 전단 변형으로 전파되는 ‘S파’보다 진폭이 더 크다. 자연지진의 경우 S파 진폭이 더 크게 관측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관측소에 기록된 지진파 도달 시각을 활용하면, 지진원의 위도, 경도, 깊이를 결정할 수 있다. 결정된 깊이가지표 근처(~0km)일 경우 인공지진을 의심할 수 있다. 지구 내부를 이동하는 지진파와 달리, 대기 중에서 공기를 통해 전파하는 장주기 음파(Infrasound)를 관측할 수도 있다. 복수의 관측소에서 장주기 음파가 관측될 경우 자연지진이 아닌 인공지진으로 결론 내릴 수 있다.





지진도 예측 가능할까


2011년 3월, 규모 9.0의 초대형 지진이 일본 동북부 지역 해안 해구에서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해저면이 갑작스럽게 변형됐다. 마치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랑이 일 듯, 지진 해일은 일본 동북부 해안을 덮쳐 수만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이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이어졌다. 동일본 대지진은 대규모 자연재해의 위력을 보여줬다. 특히 대규모 산업시설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닥칠 수 있는 위험을 상기하는 계기가 됐다.


지진 규모 9.0은 한 세기에 몇 번 발생하지 않는 초대형 지진이다. 이 지진은 지구 자전축에 변화를 줄 정도로 강력한 탄성 에너지를 발생한다. 이렇게 발생한 지진파는 일본 내륙은 물론 지구에서 일본 반대편 지역까지 전파되는데, 그 시간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미국 지질조사국(USGS) 같은 곳도 지진 관측망을 통해 동일본 대지진 발생과 지진원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현대적인 지진 관측망을 사용하면, 지진원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아직도 어려운 문제다. 실제로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 이 지진을 예견한 일본인은 많지 않았다.


과거에 발생한 지진을 분석한 자료로 결정한 이 지역 최대 가능 지진 규모는 8.1~2 정도였다. 더욱이 많은 지진 학자는 동북부 지역보다, 일본 남서부 인근 해안에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동북부 지역에서, 그것도 최대 발생 가능 지진 규모(M 8.1~2)보다 훨씬 큰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해 지진 연구자들은 당혹해했다. 이처럼 지진 활동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은, 지진 연구가 활발한 일본에서도 어려운 문제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해, 지진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그러나 판 내부라 하여 지진 발생 가능성이 낮은 건 아니다.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역사 사료에서 보면 지진 기록이 존재한다. 만약 지진이 발생한다면, 그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소와 같은 산업 시설물, 인구가 밀접된 대도시의 고층 건물, 대형 교량 구조물이 상당한 피해를 입는다. 그러므로 지진 피해 경험이 없다 하여도 지진 연구,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책,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지진 발생을 개별적으로 예측할 순 없다. 그러나 미래에 발생 가능한 지진의 특성과 범위를 확률 모형을 사용해 정량화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지진파 전파 모델링을 수행하면 관심 지역에서 지반 진동의 특성을 통계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이 정보를 통해 고층아파트, 대형 교량 같은 인공 구조물을 안전하게 짓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인간이 자연재해 앞에 미력한 존재임은 첨단과학이 지배하는 21세기에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자연재해에 얼마나 대비하느냐에 따라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땅의 흔들림을 관측해 이를 일으키는 지진단층의 운동과 지구 내부 구조를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 지진학. 핵실험 같은 대량 살상무기 개발 활동을 감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발생 가능한 지진에서 인명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되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