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GAM 알림창

  • [R&D온앤오프]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다! ‘온실가스’

알림건수 : 총 0

닫기 오늘하루열지않기
알림마당 R&D 하이라이트 Korea Institute of Geoscience and Mineral Resources
땅이 갈라지는 곳에 불이 오르다
  • 작성자홍보실
  • 작성일시2016/10/21 19:05
  • 조회수2231

GPS를 이용한 탄자니아 올도이뇨랭가이 화산 관측

글. 지강현 (지질연구센터 선임연구원)


“Ol Doinyo Lengai(올도이뇨랭가이)”

아프리카 마사이족 언어로 ‘신의 산(Mountain of God)’이라는 의미다.

그들은 이 뜨거운 화산에 신이 살고 있다 믿으며, 이곳에 전쟁의 승리와 다산을 기원했다.

하지만 그들은 또한 알고 있었다. 신이 때로는 분노하고 노여워한다는 것을.

여기에 화산에 대한 그들의 두려움이 깊숙이 자리한다.



갈라지는 땅, 동아프리카 열곡대

 지구의 껍질에 해당하는 ‘지각’은, ‘판(plate)’이라 부르는 여러 개의 조각으로 나뉜다. 이러한 판들은 서로 움직이면서 스치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하며, 때로는 갈라지기도 한다. 이러한 판의 움직임 때문에 판경계부에서는 지진과 화산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불의 고리’는 태평양을 둘러싼 십여 개 판들 간의 경계부를 일컫는다.


동아프리카 열곡대는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맨틀 물질이 올라와 아프리카를 동쪽과 서쪽으로 갈라놓는 곳이다. 열곡대는 에티오피아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케냐·우간다·탄자니아를 거쳐 모잠비크에까지 이른다. 총 길이가 2,200km로, 좁고 길다. 약 2천 5백만 년 전에 시작돼 연간 6~7mm의 속도로 갈라지고 있다.


현재 상태가 계속된다면, 천만 년 후에는 열곡대가 점점 넓게 벌어지면서 바닷물이 들어올 것 이고, 지각 밑 맨틀 물질이 솟아오르는 ‘해령’으로 발전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미래의 중앙해령을 동아프리카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땅이 갈라지면서 지각의 두께는 얇아진다. 이렇게 얇아진 지각의 틈으로 마그마가 솟아오르며, 이것이 지표로 분출되어 화산을 만든다. 아프리카 최고봉(해발 5,895m) 킬리만자로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동아프리카 열곡대를 따라 수많은 화산이 존재하는데, 이 중 하나가 오늘의 주인공 ‘올도이뇨랭가이’이다.




솟아오르는 불, 올도이뇨랭가이

 해발 2,962m의 올도이뇨랭가이 화산은 탄자니아 북부 나트론호(Lake Natron) 남쪽(2.764°S, 35.914°E)에 위치하며, 탄자니아에서 유일한 활화산이다. 동쪽으로 150km에 킬리만자로가, 서쪽으로 200km에 세렝게티 국립공원이 위치한다. 이 화산은 용암과 화산재가 번갈아가며 층층이 쌓여 이루어진 원뿔형 성층화산이다. 그 모습은 무척 아름다워 한참을 바라보게 한다.


화산 활동이 처음 기록된 때는 1883년이며, 수년에 한 번씩 분화 활동이 있었다. 2007년에는 규모 6의 지진을 동반한 분화가 있었으며, 2008년까지 활동이 간헐적으로 계속되었다. 2013년에는 정상부 화구에 용암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올도이뇨랭가이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나트로탄산염 용암(Natrocarbonatitelava)을 분출하는 활화산이라는 점이다.


규산염 광물로 이루어진 보통의 용암과 달리, 온도가 500~600°C 정도로 낮다. 용암의 색은 검고 점성은 낮다. 그래서 마치 검은 기름이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점성이 낮은 용암은 사면 아래로 쉽게 흐른다. 그래서 용암류가 인근 나트론호까지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화산재가 분출할 때는 폭발을 수반하는 데 이는 화산 근처, 호수 주변에 사는 마사이족에게 큰 재해를 입힐 가능성을 안고 있다. 




하늘의 감시자, GPS

화산 분화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기술로 몇 년 후의 분화를 예측할 수도 없다. 그러나 화산 분화 감시·관측·예측 연구를 통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진활동, 가스 및 수증기 분출량, 열류량을 지속해서 측정하여 이상 징후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런이상 징후들의 위험은 어떤 수준인지 판단해, 미리 수립한 조치를 취하면 된다.


화산을 감시하는 방법의 하나로, 화산체의 변형을 측정할 수 있다. 화산 밑에는 마그마 방이 존재한다. 만약 마그마 방의 압력이 증가하거나, 새로운 마그마가 더 깊은 곳에서 유입하면 화산체는 위로 밀려 올라가고 수평으로 팽창한다. 반대로 압력이 감소하거나 마그마가 빠져 나가면, 화산체는 아래로 침하하면서 수평으로 수축한다. 이러한 움직임을 관측할 수 있다면, 지하 마그마의 활동을 유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질학자들은 차량 내비게이션에서 사용하는 ‘GPS 신호’를 활용한다.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은 GPS 신호를 받아 어느 지점에서 어느 방향으로 얼마의 속도로 차량이나 스마트폰이 움직이는지 보여준다. 


이와 같은 원리를 활용해 지질학자들은 GPS 안테나를 화산에 견고하게 설치하고, GPS 안테나 설치 지점의 위치와 속도를 측정한다. 또한, 화산 주변으로 관측망을 설치해 화산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형하는지 3차원으로 관찰한다.


물론, 지질학자가 사용하는 장비와 계산법은 차량 내비게이션에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밀하고 복잡하다. 때문에 밀리미터 수준의 움직임까지 측정할 수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미국 버지니아 공대(Virginia Tech)와 공동으로 올도이뇨랭가이 화산에 고정밀 GPS 상시 관측소를 설치하고자, 2016년 4월 양자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 후 2016년 6월, 탄자니아 아디대학(Ardhi University)과 함께 GPS 관측소를 올도이뇨랭가이 화산 5곳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 중 2개소는 실시간으로 화산을 관측하고 있어, 이상 징후를 더욱 빠르게 탐지할 수 있다.


또한, 주변에 적시에 전파할 수 있다. 이렇게 얻은 GPS 자료로 마그마 방의 위치, 깊이 더 나아가 그 모양까지도 유추할 수 있다. 향후 관측소를 몇 개 더 설치한다면, 양질의 자료로 화산 활동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화산재해를 줄이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GPS를 이용한 화산 관측은 화산 감시 프로그램의 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옐로우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은 3~5년을 주기로 30cm 이상의 융기와 침강이 반복한다. 알래스카 알류산 열도(Aleutian island arc)의 아쿠탄(Akutan) 화산은 1cm 미만의 이상 변위가 3년에 한 번씩 나타나며, 휴양지로 유명한 이탈리아 산토리니(Santorini)의 화산은 2011~2012년 최대 15cm의 융기가 있었다. 또한, 동아시아 열곡대에 위치한 니아물라지라(Nyamulagira) 화산에서 2년마다 이상 변위가 관측되며, 백두산에서는 2002~2006년 사이 약 4cm의 수평 변위가 보고되었다. 이 모두가 GPS를 이용해 관측한 결과다. GPS는 화산 관측뿐만 아니라, 지표 변형 관측에도 사용한다. 지진에 의한 지표 변형, 지진표면파의 전파 양상(지진파에 의한 흔들림), 지하수의 상승과 하강으로 인한 지표 융기 및 침하, 댐 수위 변화에 따른 주변 지역의 변형, 심지어 쌓인 눈의 무게 때문에 발생하는 지반 침하까지도 관측한다. 공학적 응용까지 고려하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GPS 등장은 화산 관측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한다면, 화산을 더욱 정밀하고 빠르게 관측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