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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지구를 위한 담대한 담론
  • 작성자홍보실
  • 작성일시2019/06/03 17:27
  • 조회수3451

인류는 지구의 자원을 활용하면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엄청난 문명을 이뤘다.

하지만 문명의 번성과 함께 인류가 직면한 현실은,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지구 시스템의 변화다.

자원고갈은 물론, 기후변화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기술의 진보가 이뤄진 현재, 인류는 지구의 변화에 기술로 맞설 수 있을까.

인류는 앞으로도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 인류에게 드리워진 문제를 똑바로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식의 새로운 패러다임 인류세이다.



미래 지구를 위한

담대한 담론


인류세를 연구하는 남욱현 박사



지구의 역사를 구분하는 지질시대


지구의 나이는 46억 년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3만 년 전에 인류의 모습과 가장 비슷한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하였으니, 지구의 역사와 비교했을 때 인류의 역사는 지극히 짧다. 그러하니 우리 인류가 지구에 나타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생명이 지구의 역사와 함께 했을까. 지구 환경은 지금처럼 사계절이 존재하고 평균온도는 14를 웃돌았을까.


지구 46억 년의 역사, 생물 진화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지구과학적으로는 지구의 역사를 지질시대로 구분합니다. 우리나라 역사는 한반도와 만주를 지배했던 왕조를 기준으로, 고조선·삼국시대·고려시대·조선시대로 구분해요. 지질시대는 부정합과 같은 전지구적인 지각변동, 공룡의 멸종과 같은 생물체의 등장과 멸종으로 나눌 수 있어요.”


지질시대는 지표면이 형성된 최초의 시대인 시생대’, 지구로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던 원생대’, 다양한 생물이 등장했던 고생대’, 공룡의 시대였던 중생대’, 인류가 출현한 신생대로 나눈다. 공룡의 멸종과 더불어 포유류의 번성으로 시작된 신생대는 제3기와 제4기로 다시 나눈다. 4기는 거대 포유류가 번성한 플라이스토세와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신석기 시대를 포함한 홀로세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는 홀로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구는 이러한 다양한 지질시대를 경험하며 무수히 많은 환경 변화를 겪었다. 다양한 종류의 생물이 등장하거나 멸종했으며, 기후변화와 지각활동으로 지구 환경 자체가 변화하기도 했다. 빙하기와 간빙기가 주기적으로 번갈아가며 오기도 했다. 이러한 환경 변화를 겪으면서 인류는 지금까지 살아남아 최첨단 문명을 이룬 지구의 유일한 영장류이다.


지구를 지배하는 정복자로 살아남은 인류. 그렇다면 지구에서 등장했다가 사라진 다른 생명체와는 다르게 인류는 지구와 영원히 운명을 같이 할 수 있을까.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인류는 수만 년 단위로 지구에서 벌어지던 지질 현상을 바꿔놓았어요.빙하기와 간빙기 때 지구 온도는 만년에 걸쳐 약 4정도 변화했습니다. 반면 산업혁명 이후 백년 동안 지구 온도는 약 1가 상승했습니다.시속 100km로 달리던 자동차가 속도를 바꿔 2,500km로 달리고 있는셈이라고 합니다. 사고가 나지 않을 수 없는 속도에요.”


우리 인류가 뒤바꾼 전 지구적인 환경 변화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름철 폭염, 겨울철 한파, 난데없는 폭우와 가뭄 등이 바로 그러한 예이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섬나라도 존재한다. 인간의 힘이 너무 강력해진 나머지, 지구 시스템 전체가 이상 변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많은 과학자는 인류세(Anthropocene)’라고 일컫는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홀로세가 시작된지 고작 11,000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처럼 지질시대를 새로이 명명할 만큼 인류는 지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인류가 만든 새로운 지질시대, 인류세


인류세는 어떤 지질시대를 말하는 걸까. 인류세는 1995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의 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제안했다. 인간의 활동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지질시대가 열렸다는 의미다. 그 후 과학자들은 인류세가 타당한지, 그 시점은 언제가 될 것인지 활발하게 논의했다. 영국 레스터 대학교(University of Leicester) 얀 잘라시비치(JanZalasiewicz) 박사가 주도하는 인류세 워킹그룹(AWG, Anthropocene Working Group)2016835차 국제지질학회(IGC, International Geological Congress)에서 인류세의 출발 시점을 1950년으로 제안했다. 이후 2018년 국제층서위원회(ICS, International Commission on Stratigraphy)에서는 홀로세를 그린란드기(Greenlandian), 노스그립기(Northgrippian), 메갈라야기(Meghalayan) 등 세 시기로 구분해 발표했다. 이에 많은 과학자가 인류세를 제외한 것을 두고 반발하기도 했다. 인류세의 시점을 두고 벌어진 논쟁은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2020년 인도 델리에서 개최할 36차 국제지질학회, 2024년 우리나라 부산에서 개최할 37차 국제지질학회에서도 인류세를 두고 큰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류세가 새로운 지질시대로 인정받으려면 몇 가지 전제 조건을 만족해야 해요. 지구상의 특정 지역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라, 지구 전체에 일어난 사건이어야 해요. 1950년대는 자본주의 사회를 중심으로 산업화가 시작된 때에요. 과학자들은 이때부터 화석연료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이산화탄소 발생량 역시 증가했다고 보죠. 환경파괴 역시 이 시기부터 가속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현상이 몇몇 국가에 편중된 것은 아닌지, 또 지질학적인 경계를 확실하게 설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증거를 찾을 수 있을까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전 지구적으로 발생한 공통적인 근거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인류세 연구가 극히 미진한 상태이기 때문에 지질학적인 인류세의 시점과 그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지구와 인류를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


전 세계적으로 인류세의 시점을 두고 논쟁 중인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인류세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연구그룹이 20186월 탄생했다.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이 주축이 되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인류세연구센터. 남욱현 박사와 박효석 박사를 중심으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인류세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 기후모델링연구입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과거 2000년 동안 일어났던 자연적 기후변동을 기후모델로 시뮬레이션하고자 합니다. 나아가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인위적인 기후변동 시그널이 자연적 기후변동 시그널을 언제부터 압도해나갔는지 기후모델링으로 추정해보고자 해요. 두 번째로는 한반도의 역사 시대 동안 연안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인위적 퇴적물 공급(경작, 벌채), 인공구조물 축조(방조제), 토지 이용(간척지 조성) 등 인간의 간섭으로 변화한 환경 변화 사례를 수집·해석하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인위적인 벌채와 조림(造林), 농경지의 확대 등으로 발생한 식생 변화를 연구하는 일입니다. 특히 한반도에서의 인류세 특징을 지질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합니다.”


정확한 미래를 예측하려면 과거의 지구 변화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과학적 근거는 단연코 과거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매우 안타깝게도 지구의 역사책에는 너무나 많은 공란이 존재한다. 예로 약 6,000년 전 홀로세 중기 온난기 시기의 지표 환경, 온도·강수량·식생·계절·해수면높이의 변화, 퇴적물의 생성과 이동 등을 두고 과학자마다 이견이 있다. 따라서 과거 지표 환경의 여러 상황을 파악하여 미래 시나리오를 보다 다양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지구온난화가 더욱 심각해진다면 미래 지구가 어떤 상황이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인문·사회·예술 등 다양한 전문가와 함께하는 포괄적인 통찰이 필요합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초래한 환경문제는 이의 혜택을 받지 못한 지구 반대편 사람들에게로 피해가 돌아가고 있어요. 그렇기에 초학제적인 관점에서 계급·빈부·젠더 등의 불평등을 함께 사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제4기 지질학 분야의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지형학·해양학·기상학·고고학·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업하여 과거 이해와 미래 예측을 위한 연구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합니다.”


지구의 주인은 누구일까. 불과 3만 년 전에 지구에 출현한 인류가 마치 지구의 주인처럼 행동하고 있다. 어쩌면 변화한 지구 환경은 주인 행세만 하는 인류에게 지구가 보내온 시그널이 아닐까. 더 나은 인류의 삶, 더 나은 지구를 위한 담대한 담론이 펼쳐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