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GAM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불의 정원을 탄생시킨 천부가스

육상 천부가스를 연구하는 강년건 박사

연구는 현재 진행형

일반적으로 천부가스는 육상과 해상 모두 지층 하부 1km보다 얕은 심도에 묻혀 있는 가스를 의미한다. 생성과정에 의해 이름이 붙는 경우와 달리 가스를 포함한 지층이 묻혀 있는 심도에 따라 분류되는 용어이다.

지층에 존재하는 가스는 생성과정에 따라 열기원가스와 생물기원가스로 구분할 수 있다. 열기원가스는 지층이 깊게 묻혀 열과 압력을 받아 만들어진다. 생물에 의해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만들어지는 생물기원가스는 퇴적이 이루어지고 미생물이 활동할 수 있는 얕은 심도의 깊이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천부가스 대부분은 이런 생물기원가스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육상과 해상 모두 천부가스가 존재하고 있지만, 깊은 해저에 있는 해상천부가스보다 육상에 있는 천부가스가 발견과 개발 모든 부분에 있어 용이하다. 육상의 경우 천부가스는 비교적 얕은 심도에 묻혀 있어 지표로 쉽게 누출되기도 하고, 자연적으로 불이 붙어 발견이 쉽다. 육상 천부가스의 경우 지금과 같은 탐사나 시추기술이 갖추어지기 전부터 개발되고 사용된 오랜 역사를 지닌다. 포항에서 꺼지지 않는 불의 연료가 되는 가스도 얕은 심도의 사암 저류층에 모여 만들어진 생물기원 천부가스다.

2017년 3월 포항에서 천부가스가 발견된 이후 강년건 박사는 포항 남구 대잠동 천연가스 잠재자원량 조사에 돌입했다.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육상 천부가스의 지질학적인 저류층 특징과 자원량 계산 등의 기초 연구를 진행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국내 육상에서는 천부가스를 대상으로 처음 진행하는 탐사시추였기 때문에 안정적인 측면과 함께 여러 가지 부분에서 우려와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가스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층을 통과하고, 가스 저류층을 확인했던 순간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시추를 통해 확인한 결과 포항 불의 정원은 지표하부 약 200~300m 심도의 사암저류층에 모여 있던 생물기원가스가 지표로 누출되면서 화재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로 볼 때 가스가 모여 있는 사암층은 시추 지점을 중심으로 수 킬로미터 이상 넓게 퍼져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따라서 지금 포항 불의 정원은 불꽃으로 타버리는 가스양 만큼 지층 하부 저류층을 따라 가스가 계속 공급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외사례로 볼 때 생물기원 천부가스는 넓게 퍼져 분포하는 특징이 있다. 현재까지 포항 불의 정원에서 진행된 연구는 불의 정원을 중심으로 하는 3km × 3km 면적 내에 잠재자원량을 계산하였다고 한다. 계산 결과 연구지역 내에서는 포항시 전체가 약 1달 정도 사용할 수 있는 가스량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연구지역보 다 포항 천부가스 저류층이 더 넓게 분포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가스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가스만 계속 공급된다면 불의 정원은 앞 으로 영원히 꺼지지 않고 계속해서 타오르는 불꽃이 될 수 있다. 가스가 얼마나 오랫동안 공급될 수 있을지에 관한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이라고 한다.

미완의 가능성

포항 불의 정원에서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천연가스의 매장량은 얼마나 될까. 만약 매장량이 많다면 석유를 대신할 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육상에서 발견된 천연가스의 소식은 흥미를 자극했다.

“많은 분이 포항 불의 정원에서 발견된 천부가스가 어느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궁금해하십니다. 경제적 가치는 묻혀 있는 가스를 얼마나 많은 양으로 생산할 것인가, 얼마나 오랫동안 생산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하는 문제이며, 또한 생산되는 가스를 어떻게 활용해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가 전제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아직 국내 천부가스전에 관한 연구는 저류층의 분포특성, 지질특성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생산과 관련된 연구는 추가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강년건 박사는 포항 불의 정원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함에 앞서 국내 육상에서 처음 발견된 가스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석유가스 개발과 관련된 여러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사례라는 점에서 경제적 가치 이상의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보고된 바로는 포항에서 발견된 가스가 국내 유일의 육상 천부가스일 확률이 높지만, 포항 가스가 발견된 곳과 유사한 지질특성을 가지고 있는 국내 제3기 분지를 대상으로 가능성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포항을 포함하여 천부가스 부존 가능성이 있는 지역들의 퇴적층들이 해상으로 연장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접근이 쉬운 해상 천부가스를 대상으로 연구를 확대하면 추가적인 발견도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육상과 해상에서 발견된 천부가스를 에너지자원으로 활용하는 해외사례가 많습니다. 중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는 육상 천부가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북해지역의 국가인 노르웨이 등의 국가는 해상 천부가스를 에너지자원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국내도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많은 양의 부존을 확인한다면 에너 지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천부가스 연구의 미래를 그리다

포항 불의 정원에서 발견된 육상 천부가스는 도심 한가운데라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연구에 있어 많은 부분 제약이 따르기도 하고, 또 특별하기도 하다. 강년건 박사는 포항과 같은 도심지에서 발견되는 중소규모의 천부가스전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탐사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탄성파 탐사 자료 해석을 통해 석유나 가스가 묻혀 있는 지층인 저류층의 분포를 예측하고, 각 분야의 해석 자료를 취합하여 저류층의 분포나 특징을 모사하는 저류층 연구 모델링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천부가스 저류층 특성 및 모델링 연구는 조사탐사, 퇴적학, 지화학, 석유공학 등 여러 분야의 결과를 종합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각 분야의 여러 전문가들이 함께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국내 육상 천부가스에 관한 연구는 이제 시작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보다 앞으로 밝혀내야 할 연구과제들이 더 많이 산재해 있다. 포항 불의 정원에서 시작된 천부가스의 경제적, 산업적 가치를 논하기 이전에 먼저 안전성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포항 불의 정원은 포항시 한가운데,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가스층의 분포 특성 또는 부존 특성에 관한 연구역시 지층 안전성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현재 상태 또는 생산 이후 천부가스 부존 지역 일대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천부가스전의 경제적 가치 측면에서 본다면 추가적인 부존 여부에 대한 확인이 이루어져야 하고, 포항뿐만 아니라 육상의 다른 지역과 인접한 해상에서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부존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연구를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또 천부가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시추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압력이 낮고 분포 범위가 넓게 퍼져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효율적인 생산을 위한 시추지점 선정과 생산 계획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마지막 단계는 활용이다. 일반적으로 가스 개발에서 생산된 자원을 상업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많은 설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발견된 중소규모 가스전의 경우에는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설비를 최소화하면서도 경제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는 활용 기법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처럼 천부가스 개발을 위해 필요한 연구단계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것이 강년건 박사의 목표다. 그의 바람처럼 국내에서 발견된 천부가스에 관한 관심이 지금도 계속 타오르고 있는 포항 불의 정원의 불꽃처럼 꺼지지 않고 지속되어, 한국의 석유 가스 자원 탐사와 개발기술 확보에 중요한 기반이 되는 연구를 수행해나갈 수 있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