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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년 전 한반도에 떨어진 운석의 흔적
  • 작성자홍보실
  • 작성일시2021/02/22 13:16
  • 조회수3544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있는 지름 약 180km, 깊이 20km의 술루브 크레이터는 약 6,600만 년 전에 운석충돌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이 사건은 당시 지구에 살고 있던 공룡이 대멸종을 겪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이렇게 지구의 역사를 뒤흔든 운석 충돌은 현재에는 종말을 일으키는 재난 사건으로, 시간여행의 소재로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최근 운석충돌의 비밀을 밝혀줄 운석충돌구가 우리나라에서 발견되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임재수 박사는 경남 합천의 적중-초계분지가 약 5만 년 전에 만들어진 운석충돌구라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인터뷰]

 

5만 년 전 한반도에 떨어진 운석의 흔적

임재수 박사(국토지질연구본부)

 

 

 

 

 

 

기후정보가 담긴 호수퇴적체

 

땅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광물자원과 에너지자원 외에도 과거 지구의 환경과 기후를 알 수 있는 여러 가지 정보들이 퇴적물과 함께 묻혀 있다. 그래서 광물자원을 탐사할 때 좋은 광맥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듯 기후변화 연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퇴적체를 얻는 것이다. 임재수 박사는 기후변화 연구에 가장 좋은 퇴적체가 보관되어 있는 곳은 호수퇴적체라고 설명한다.

“과거 호수였던 지형은 기후정보를 담고 있는 퇴적물이 한번 유입되어 쌓이게 되면 외부로 유실되기가 어렵습니다. 움푹 팬 호수가 그릇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과거 지구의 기후변화 연구를 위해서는 이렇게 퇴적물이 예쁘게 쌓여 있는 곳에서 시추를 진행합니다. 적중-초계분지의 경우 그 생성 원인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지만, 정확히 어떻게 만들어진 지형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던 곳입니다. 여러 가지로 조사를 진행하다 보니 운석충돌에 의해 만들어진 곳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운석충돌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라면 좋은 호수퇴적체가 있을 가능성도 높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가정들을 규명하기 위해 이곳에서 시추작업과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적중-초계분지에서 회수한 시추코어(지하 142M까지 시추)
 

 

현미경과 눈으로 확인한 운석충돌의 증거

임재수 박사가 적중-초계분지를 연구할 때 세웠던 목표는 두 가지였다. 이곳이 운석충돌구라는 심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 사실을 규명하는 것, 그리고 좋은 호수퇴적체를확보해 과거의 기후변화를 밝히는 것이다. 지금은 논으로 사용되는 곳이 많지만 과거 적중-초계분지는 약 70m 깊이의 호수였다고 한다. 처음 운석이 떨어진 후 우묵하게 파여 마치 세숫대야 같은 형태가 되었고, 비가 오면 주변 산에 있는 흙과 퇴적물들이 호수로 쓸려 들어와 차곡차곡 쌓이면서 지금의 분지형태가 되었다. 적중-초계분지에서 회수된 시추코어가 유난히 예쁜 무늬를 띄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지형적 특성 덕분이다.

임재수 박사는 호수퇴적층의 맨 밑바닥에 쌓여 있던 암편들 속에서 강력한 운석충돌 에너지로 인해 만들어진 석영의 평면변형 구조를 확인했다. 현미경을 통해 암석 속에 포함된 석영을 들여다 보면 일반적인 석영에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지만, 강력한 충격파의 영향을 받은 석영광물의 표면에서는 평행하게 늘어선 촘촘한 선들을 발견할 수 있다.

적중-초계분지에서 발견된 또 하나의 증거는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수많은 가는 홈으로 배열된 충격 원뿔형 구조(shatter cone)다. 이는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된 거시적 증거이기 때문에 매우 의미가 깊다.

“해외에서는 오래 전부터 원뿔형 암석 구조가 지질조사 중에 발견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운석충돌구 비슷한 곳에서 종종 발견되었는데, 이러한 구조를 갖는 암석이 만들어진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었어요. 그런데 여러 지역에서 강력한 폭발 실험을 하다가 동일한 암석이 발견되면서 원뿔형 구조가 강력한 충격파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연구자는 미공병대의 지원을 받아 다이너마이트를 가지고 어떻게 충격 원뿔암이 만들어지는지도 직접 실험을 통해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구 내부에서는 이런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현상이 없기 때문에 과거 운석충돌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화산폭발에 의해서는 원뿔형 암석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퇴적층으로 이루어진 암석은 일정한 결을 지니고 있는데, 운석이 충돌할 때 엄청난 에너지를 받으면서 원뿔형의 새로운 결이 만들어지게 된다. 암편에 새롭게 만들어진 무늬는 눈으로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을 만큼 확연해 거시적 증거라고 이야기된다. 운석이 충돌하면 구덩이 형태의 충돌구가 만들어지고, 충격에너지를 받은 암석들이 쌓이면서 충격각력암층이 만들어진다. 적중-초계 분지는 호수퇴적층 아래에 있던 충격각력암층에서 평면변형 구조가 나타난 석영 광물입자와 원뿔형 암석 구조가 모두 발견되면서 운석충돌구로 인정받게 되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운석충돌구는 200여 개밖에 되지 않으며, 동아시아의 경우 2010년 발표된 중국의 슈엔 운석충돌구밖에 없었다. 적중-초계분지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두 번째로 발견된 운석충돌구다.

 

운석충돌 시 발생하는 강력한 충격파 영향으로 만들어지는 shatter cone 구조

 

 

 

운석충돌 연구의 새 장을 열다

적중-초계분지의 호수퇴적층에서 발견된 숯을 이용해 탄소연대 측정을 한 결과 운석충돌의 경우 약 5만 년 전에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좀 더 확실한 시기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혹시 운석충돌구에서 운석이 발견되지는 않았을까. 임재수 박사는 운석이 떨어질 때 발생한 충돌 에너지에 의해 운석 역시 증기화되거나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해 준다.

“적중-초계분지의 운석충돌구 규모로 봤을 때 이곳에 떨어진 운석은 약 200m 정도 크기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충돌 당시 발생한 강력한 에너지가 지표에 많은 영향을 준 것처럼 운석 자체도 증기화되거나 가루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 영화 어벤져스에서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기면 일어나는 현상처럼 순식간에 사라졌을 것입니다. 운석충돌구에서 발견된 고온-고압 영향으로 나타나는 광물의 변형구조를 연구하면 과거 운석충돌시에 발생한 에너지를 좀 더 정확히 계산할 수 있습니다. 세계에 200개 정도 운석충돌구가 있는데, 크기가 모두 다릅니다. 각각의 크기에 맞는 발생 에너지를 계산하면 운석충돌이 지구 지표에 일으킨 영향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우리 나라에서 운석충돌구가 최초로 발견된 것은 지질학 분야의 여러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천문 실험장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더욱 새롭고 다양한 연구주제가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임재수 박사는 최초 운석충돌이 일어났을 때 만들어진 구덩이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당시 지하구조를 밝히는 연구를 비롯해 운석충돌에 관련된 여러 가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운석충돌구에 대한 연구와 함께 적중-초계분지에서 시추된 호수퇴적층을 통한 고기후 연구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행복한 순간을 함께 만든 사람들

적중-초계분지가 운석충돌구일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대 142m를 시추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1m를 파고 들어간 후 시추코어를 꺼내 올리고, 다시 1m를 파고 내려가는 식의 작업이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지금도 생각나요. 시추를 담당하신 차일권 소장님께 ‘여기서 적어도 100미터는 시추를 해야합니다’라고 말씀드렸을 때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하셨거든요. 그런데 시추를 하면서 30년 경력의 베테랑소장님도 이런 퇴적체를 처음 보신다면서, ‘박사님 왜 이런 퇴적층이 여기서 나와요’를 반복하시던 모습이 너무 생생합니다.”

쉽지 않은 현장이었지만 함께 고생해준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임재수 박사는 인터뷰를 마치며 특히 운석충돌이라는 소설 같은 의견을 믿고 시추작업을 지원해주신 김성원 센터장님과 여러 난관을 극복하면서 시추작업을 통해 좋은 시료를 선물해 주신 차일권 소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적중-초계분지 주변에서 평면변형 구조를 지닌 석영을 발견했었기 때문에 이곳이 운석충돌구일거라는 확신은 갖고 있었지만, 정말 원뿔형 암석 구조가 나올 거라고는 기대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130m에서 이곳이 운석충돌구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증명해주는 충격 원뿔형 암편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때 노을빛 햇살이 깨진 면을 비춰주지 않았다면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을 텐데... 지금 떠올려도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던 순간인 것 같습니다. 함께 고생해주셨던 현장의 동료들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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