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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속 지진의 기억을 더듬어 다가올 대지진에 대비한다
  • 작성자홍보실
  • 작성일시2021/06/11 15:05
  • 조회수1379

우리나라는 대지진의 재발주기가 매우 긴 반면 침식•퇴적 등의 지표지질작용은 비교적 활발하게 일어난다. 그래서 대지진이 땅 속에 남긴 기록을 찾기 어렵고, 과거 대지진의 정보가 부족한 만큼 다가올 대지진을 평가하고 대비하는 것도 어렵다. 활성지구조연구단에서는 최신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다학제간 융합조사를 통해 땅 속에 고스란히 숨어 있는 고(古)지진 정보를 탐지하고 추적하는 무한도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원 내에서도 손꼽히는 젊은 조직답게 패기로 무장한 활성지구조연구단. 그들에게 고지진 연구는 어떤 의미일까. 

 


땅 속 지진의 기억을 더듬어 다가올 대지진에 대비한다
활성지구조연구단

 

 

 

 

 

지진의 씨앗을 품은 활성단층


지진은 땅 속 단층의 갑작스런 움직임에 발생하고, 단층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지구 표면을 둘러싼 여러 판의 이동으로 알려진 지구조운동이다. 그동안 한반도의 경우 판내부에 속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판 경계부에 속한 지역에 비해 지진의 위험이 적다고 인식되어왔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잇따라 중규모 지진이 발생하고 오랜 과거에 대지진이 발생했던 증거들이 발견되면서 우리나라 역시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흔히 규모 6 이상을 의미하는 대지진의 경우, 강력한 땅의 흔들림과 굉음뿐만 아니라 땅이 깨지어 갈라지기도 한다. 우리가 밟고 서 있는 지표가 파열되는 것인데, 엄청난 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땅 속의 수많은 단층 중에 대지진을 일으킨 적이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은 소수이며, 대지진은 이러한 몇몇 단층에서만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활성지구조연구단은 우리나라에 발생했던 대지진의 기록을 조사하여 그 원인과 주체를 알아냄으로써, 미래 발생할 수 있는 대지진에 대비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일어날 대지진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과거에 일어났던 대지진의 시공간적인 주기성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수천~수만 년에 달하는 대지진의 재발주기를 고려할 때, 선사시대에 발생했었던 대지진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오로지 땅 속에만 그 기록이 존재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연구단에서 굴착조사를 통해 단층의 활성여부를 파악하고 고지진 정보를 분석하는 이유입니다.”

 

 지구조 지형분석

 


 

지진의 역사를 조사하는 법


대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판 경계부 지역과 달리, 우리나라의 고지진 기록은 대부분 땅 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이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고지진 연구를 위해 각기 다른 연구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이게 되었다.


연구단에서는 단계적으로 연계된 다학제간 융합조사를 진행한다. 크게 원격탐사 기반 구조지형분석, 지표지질조사, 천부지표지구물리탐사, 시추 기반 퇴적상 및 단층물질 분석, 굴착조사, 제4기 연대분석으로 구분되는 총 여섯 단계의 조사과정을 거치며 각 단계 내에서도 접근방법에 따라 순차적인 조사가 전개된다. 과거에 일어났던 대지진 연구를 위해서는 고해상도 라이다와 과거항공사진 등에 나타나는 지형의 변화를 토대로 과거 지진이 일어났던 장소를 추정해낸다.


“수평 혹은 수직의 단층운동이 일어나게 되면 지형은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하천의 유로가 꺾일 수도 있고, 폭포와 같은 단차를 보이는 지형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야외조사를 실시하기 전고해상도 라이다와 과거 항공사진, 그리고 수치 지형 모형을 지하고 이런 지형의 경향성을 분석하여 단층을 관찰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지역을 선정합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본관에 전시된 인보 굴착면의 고지진

 

 

후보지역이 선정되면 본격적인 야외조사에 나선다. 지하에 숨겨져 있는 단층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물리탐사 기법이 동원된다. 중력탐사는 암상이나 단층의 경계를 따라서 나타나는 중력 이상대의 선형구조를 추적하는데, 비교적 짧은 시간에 넓은 지역에 대한 탐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형분석과 함께 초기 피복단층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지표투과레이더(GPR)도 5~10m 정도의 비교적 얕은 지하를 높은 공간분해로 탐사할 수 있어 지하에 화석처럼 보존된 과거지형을 밝히는데 도움이 된다.


“단층을 수직하게 지나가는 고(古)하천은 지표파열에 의해 그 위치가 변하게 되고, 그러한 변위가 단층의 활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고하천의 변위를 통해 미래지진의 규모 등과 같은 특성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양산단층 미호지점 굴착조사

 
 
 

지형분석과 물리탐사결과를 종합해 지점이 선정되면 굴착조사를 실시해 직접 단층의 단면을 살피게 된다. 팀원들의 지형분석, 물리탐사, 야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석한 결과가 굴착단면에서 그대로 나타날 때면 그간의 피로를 한 순간에 녹이기에 충분한 성취감을 느낀다고 한다.


“단층의 미끌림으로 기존의 암석들이 부서진 후 새롭게 생성된 물질을 단층암이라고 합니다. 단층암 구성물질에 따라 큰 규모의 지진을 일으킨 가능성도 달라지는데, 현장에서 채취한 단층암 시료를 실험실로 그대로 가져와 분석하고 이를 통해 과거 지진이 발생시킨 미끌림의 특성과 단층의 안정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합니다.”


단층의 활성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인 최근 활동시기를 파악하고, 단층의 변위률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연대측정방법이 활용된다. 선사시대에 해당되는 지질연대를 산출하여, 당시 단층 활동의 시공간적 형태를 파악할 수 있으며, 단층정보에 기반한 지진재해평가의 가장 기초적인 자료가 된다고 한다.

 

 

물질분석을 위한 단층암 시료채취

 

연대분석을 위한 퇴적층 시료채취

 
 

 

“연대측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적합한 시료를 채취하고 가능한 많은 방법을 적용하여 연대측정 결과를 도출한 뒤, 지질학적관찰과의 일치성 여부를 면밀하게 평가하는 것입니다. 우리 연구단에서는 지질학적으로 가장 젊은 제4기를 대상으로, 방사성탄소연대, 광여기 루미네선스(OSL), 현장생성 우주선 유발 동위원소 등 다양한 연대측정법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활성지구조연구단은 지난 2020년 초, 2016년 경주지진 진앙지 일대 약 50km 길이 양산단층 구간에 대한 단층주제도(1:25,000축척)를 국내 최초로 발간하였다. 이 연구사업을 통해 이전에 보고된 적 없는 고지진 기록을 발견하는 연구 성과를 거두었다. 2016년 경주지진의 진앙지에서 얼마 멀지 않은 양산단층의한 지점에서 약 9m 깊이의 대형굴착조사를 통해 대지진 당시 지표의 갈라짐을 확인한 것이다.


실험실에서 야외현장으로 다시 실험실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협력 연구뿐만 아니라 베테랑급 연구자들의 오랜 노하우와 신진 연구자들의 패기가 소통함으로써 융합조사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최근에는 양산단층의 최북단과 최남단에 해당하는 지점을 포함해 새로운 단층구간에서 과거 대지진의 증거를 발견하였다. 이로써 육상에서 확인되는 양산단층의 전 구간에 걸쳐 대지진이 발생했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모든 구간이 단 한 번의 대지진에 의해 동시에 기록된 것은 아니라 구간별로 여러 번의 지진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 연구단은 각 지점별 고지진 정보를 정밀하게 분석 중에 있다. 또한, 지진 전·후 위성영상을 이용한 지표 변형 정량화 기술 등 국외 선진 연구기법 도입과 한반도와 유사한 판내부 지역에 대한 사례 연구를 위해 프랑스, 몽골, 일본 등과 활발한 국제협력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본격적인 고지진 분야의 연구를 위해 첫발을 내디딘 만큼 국내 여러 산학연과 협업하여 고지진 분야의 인프라 구축과 신진 연구 인력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단층암 미구조 관찰
 
 
 

 

지구의 역동성에 대한 험난한 도전


우리에겐 거대한 재앙으로만 다가오는 지진을 활성지구조연구단 구성원들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그 누구보다 지진과 가깝게 지내는 이들답게 ‘썸남’, ‘선생님’, ‘조력자’와 같은 재미있는 대답을 들려준다. 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최진혁 단장은 ‘고지진 연구는 어린이 보호구역에 과속 방지턱을 설치하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지진과 같은 지질현상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지구가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비가 내리는 날 밖을 나갈 때 우산을 준비하듯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곳에 미리 대비책을 강구한다면, 지진이 마냥 ‘예측할 수 없는 공포’가 아니라 우리가 지구에서 살아갈 동안 겪을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됩니다. 하나의 주제를 향해 함께 연구하는 팀원들이 있다는 사실을 체감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지진이라는 거대하고 신비로운 대자연의 힘과 지구의 역동성에 대한 험난한 도전을 함께 하고 있으니까요.”


그는 앞으로도 탁월한 팀워크와 소통을 기반으로 삼아 더 우수한 연구 성과를 거두고, 고지진 분야의 국제연구 시장에 진출해 나가겠다고 한다. 역사가 반복되듯 과거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대지진이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책없이 불안해하기 보다는 지금의 자리에서 충실히 준비하며 훗날 닥칠지 모르는 재해에 대비해나가는 것이 인류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 아닐까. 활성지구조연구단의 연구가 지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고, 우리나라 지진 연구의 주춧돌이 되길 함께 응원한다.

키워드 활성지구조연구단, 고지지연구, 단층, 지형, 지층, 물리탐사, 중력탐사, 굴착조사, 지질연대, 지질현상, 지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KIGAM, 지질자원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