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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를 위한 연구
  • 작성자관리자-홍보실
  • 작성일시2020/04/20 11:05
  • 조회수2775

원자력은 늘 뜨거운 화두였다우리나라 전력 생산량 중 차지하는 비중이 약 28.4%(한국전력공사, 2017년 기준)로 화력 발전에 이어 2위에 오를 만큼 원자력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의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안전 때문에 탈원전의 시대를 꿈꾸지만 당장 원자력을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이 마땅치 않다원자력 발전의 미래가 어떤 모습이 될지 알 수 없지만현재 해결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가 있다바로 사용후핵연료의 처분이다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은 방사능 수치가 높아 위험하다특히 원자로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수 백의 열과 엄청난 방사선을 뿜어낸다이를 없애기 위해서 수 년 간 수조에서 식힌 후 십만 년 이상을 격리 시켜 보관해야만 한다그런데 문제는 이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영구히 처분할 수 있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고준위 폐기물처분장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우리나라는 현재 사용후핵연료를 원자력 발전소 내의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는데그마저도 공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이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려면 고준위 폐기물의 안전한 처분에 필요한 기술들을 빨리 개발해야 한다탈원전의 시대가 오든원자력 발전을 지속하든 지금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 중인 연료봉을 안전하게 처분해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연구

처분용기 지화학적 장기안정성 국제공동 연구



support. 현성필 박사(방사성폐기물지층처분연구단)


 

Fig. 1.


세계가 함께 힘을 모으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방사성폐기물지층처분연구단(이하 방폐단)은 처분용기 지화학적 장기안정성 국제공동 연구 프로젝트(Material Corrosion Test, MaCoTe)의 일원으로 고준위 폐기물의 안전한 처분이라는 세계적 이슈 해결에 동참하고 있다. 처분장은 최소 십만 년의 시간, 인류의 시계로 볼 때 영원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 동안 방사성 핵종의 유출을 막아 내야 하며, 사용후핵연료를 넣어 보관할 처분용기는 그 첫 방벽으로서 처분장의 안전을 보장할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이 연구는 그 무엇보다도 안전성(safety)에 절대적 중요성을 두고 진행되고 있다. 또한, 십만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땅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지화학적 변화와 사건들을 예측하고 고려해야 한다.

‘MaCoTe’프로젝트에는 영국, 일본, 체코, 캐나다, 독일, 스위스가 참여해왔으며, 방폐단은 2019년에 이 프로젝트에 동참하면서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다. 이 국제공동 연구에 참여함으로써 국내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실제 처분장 처분 심도에서 지화학 장기안정성 연구를 진행할 수 있고, 참여국들의 데이터와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어서 연구의 후발주자이지만 단기간에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Fig. 2.


실험실, 지하연구시설과 자연에서 병행하는 연구

이 국제공동 연구는 지하 심부(~500m)의 결정질 암반 천연 방벽 내에 사용후핵연료를 넣은 공학적 방벽인 처분용기를 벤토나이트 완충재와 뒷채움재로 밀봉하여 격납하는 심층처분 방식에 기반하고 있다. 화강암에 건설될 처분장에 상응하는 환경의 지하연구시설(Underground Research Laboratory: URL)인 그림젤 시험 부지(Grimsel Test Site)에서 벤토나이트 내에 삽입된 처분용기가 혐기성 환경에서 지하수와 반응하여 어떻게 부식이 되는지 연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하수를 비롯한 지화학적 요인에 따라 처분 용기의 부식이 얼마나 빨리 진행되고, 어떤 부식산물이 생기며, 부식산물이 처분용기의 방벽 성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연구에 있어서 가장 큰 난제는 바로 시간이다. 지하연구시설에서 수행한 5~10년 정도의 결과를 가지고 최소한 천 년의 긴 시간을 예측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하연구시설 시험을 통해 얻는 결과만으로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어려우며 현장시험과 함께 열역학 원리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조건의 실험실 실험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예측에 대한 검증을 함께 해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자연유사(Natural Analogue) 연구를 추진 중이다. 자연 유사 연구는 자연에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 온 처분장 구성 요소들과 유사한 물질들이 장기간 거쳐 온 지화학적 변화 과정들을 면밀하게 관찰함으로써, 즉 인위적 작용 없이 오랜 시간 동안 자연이 수행해 온 실험의 결과들로부터 처분장의 장기안정성에 대한 배움을 얻고자 하는 접근법이다. 사실 다중방벽을 활용한 고준위 폐기물의 심층처분 개념 자체를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배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수천 년의 시간 후 부식되었지만 대체로 원형을 간직한 채 발굴되는 고대 청동유물, 구리 광산의 자연동(native copper) 광체로부터 시간의 역사를 간직한 채 공간적으로 분포하는 다양한 구리 부식 산물들에 대한 체계적 연구 등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자연이 장기간에 걸쳐 작동해 온 원리를 보여주어 처분장의 미래 장기 안정성을 예측하기 위한 지화학 모델 개발에 유용한 정보를 준다.


Fig. 3.


안전한 미래를 설계하다

처분장을 건설한다는 것은 고준위 폐기물을 인간 생활권으로부터 영구히 격리한다는 뜻이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나라는 핀란드와 스웨덴이다. 이미 사십년 이상 연구를 진행해 온 이 나라들은 최근에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부지를 선정했고 처분장을 건설 중이다. 스위스 역시 후보지를 세 곳으로 압축했으며 이 중 한 곳을 법제화된 절차와 일정에 따라 최종부지로 정하고 인허가를 얻어 처분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선발국들의 사례들은 연구를 시작해서 부지를 선정하고, 처분장을 건설하고 운영한 후 궁극적으로 폐쇄할 때까지 대략 백 년에 가까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국가적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처분장이 안전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시간의 길이에 비하면 매우 짧은 시간이다.


Fig. 4.


비록 후발주자로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역시 국제공동 연구 참여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다. 현재까지는 화강암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 왔지만, 우리 국토에 다양한 암종이 있는 만큼 다른 암석들에 대해서도 처분 모암이 처분장에 제공하는 다면적인 - 지질, 수리지질, 지화학, 암석역학적 특성 등 - 안전 요소들에 대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시추 조사를 통해서 다학제적인 검토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들을 반영한 다양한 실험 역시 진행해나갈 계획이다.

우리는 원자력 에너지의 혜택을 많이 누리며 발전해 온 세대이다. 그런 만큼 원자력 발전에서 유래하는 고준위 폐기물의 처분 역시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고준위 폐기물 처분의 과제를 당대에 해결하는 것이 원자력 발전의 수혜자인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 대해 가지는 윤리적 책무이다. 이것이 조금 더디더라도 절대적인 안전을 목표로 전 세계가 합심해 연구를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Fig. 5.

키워드 방사성폐기물, 원자력, 핵연료, 사용후핵연료,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지층처분, 방사성폐기물지층처분연구단, 방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