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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시2024/07/1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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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로 향하는 꿈: 미래 자원을 찾아 나서는 여정
-김윤미 선임연구원(해저지질탐사연구센터)
상상하지 못한 세계가 펼쳐진 깊은 바닷속.
그곳에는 지구의 역사가 숨 쉬고, 미래를 향한 희망이 자라나고 있다.
이 신비로운 바닷속에서 새로운 꿈을 찾는 KIGAM의 연구자들은 단순한 과학적 탐구를 넘어 인류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찾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펼친다.
현재 수행하고 계신 연구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려요.
주요 연구 분야는 중력자료를 통한 섭입대와 후열도 분지의 구조 및 특성을 규명하는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태평양 해저퇴적물 내 희토류 자원의 분포와 성인에 관한 연구를 함께 수행하고 있죠. 탐해 3호가 취항하다 보니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요.
해저퇴적물 연구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해요.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2018년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분쟁 속에서 희토류 수출 제한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던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이에 미국 정부가 희토류를 국가 안보 차원의 전략 자원으로 다루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시작되었어요. 평소 희토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터라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렇게 기존에 수행하던 지구조 연구와는 별개로 해저 희토류 연구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이 분야는 퇴적물 코어의 퇴적학, 지화학, 물성처럼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요구되는 만큼 결코 만만한 길이 아니었어요. 마치 새로운 학위 과정을 밟는 심정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연구를 착실히 수행했어요. 지나고 보니 그 시간들이 저의 연구 분야를 한층 더 폭넓게 만들어준 귀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네요.
오늘날은 사실상 자원이 곧 국력이라고 이를 만큼 자원 전쟁이 활발합니다. 특히, 첨단 산업에 핵심이 되는 광물인 희토류에 대해서도 수요가 급증하고 있죠. 이토록 희토류에 열을 올리게 된 배경이 있을까요?
20세기를 규정했던 가장 중요한 자원은 단연 ‘석유’였죠. 인류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오일쇼크를 겪으며 자원이 어떻게 무기화될 수 있는지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석유는 수많은 분쟁과 전쟁의 도화선이 되었고, 석유 자원과 수송로 확보를 둘러싼 각국의 각축전은 결국 강대국들의 힘의 논리에 의해 좌우됐어요. 그런데 이제 어떤가요? 우리는 화석연료 시대를 지나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어요. 21세기 경제 구조와 산업 지형은 과거와 판이하며 디지털 기술, 지식 경제, 녹색 에너지, 최첨단 우주 산업이 시대를 주도하리란 것을 최근 시장의 변화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신산업을 이끌 새로운 자원, 21세기형 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실제로 재생에너지와 디지털 경제는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희토류와 희귀 금속을 필요로 해요. 문제는 이들 광물이 석유보다도 특정 국가와 지역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나아가 이들을 정제·가공하는 첨단 기술을 특정 국가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자원 무기화의 위험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할 수 있어요. 따라서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미래 핵심 산업의 원료를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향후 세계 경제의 판도가 좌우될 것이라 전망합니다.
희토류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먼저 중국 희토류 생산의 지속가능성을 살펴보면 중국은 앞으로 870년 동안 생산할 경희토류는 있지만 중희토류는 가채연수가 15~50년밖에 되지 않아 중희토류 생산과 수출 규제를 고려 중입니다. 최근 희토류 수요량이 늘면서 다른 나라의 육상 희토류 광상도 많이 개발되고 있어요. 하지만 이는 거의 경희토류에 집중되고 있으며 중희토류, 특히 디스프로슘은 거의 드물게 채취되고 있어요.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해요. 기존 육상 광상에 대한 탐사와 개발을 지속하면서도 도시광산과 폐제품 재활용, 희토류를 대체할 신소재 개발, 자원외교를 통한 해외 유망 광구 공동개발 등 다양한 방안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죠. 또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해저 자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이미 태평양과 인도양 공해상에서 희토류를 포함한 희귀 광물 채취를 위한 광구 선점에 힘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 연구원에서 ‘탐해3호’를 앞세운 해저지질탐사에 집중하고 있죠. 가장 중점적으로 이루어질 탐사 방향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신규 취역하는 탐해3호는 6천 톤급의 지구물리탐사 연구선이에요. 기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보유하고 있었던 탐해2호에 비해 2배 이상의 크기를 자랑하죠. 이에 따라 탐사 장비의 규모와 성능 역시 대폭 증강되었습니다. 스트리머(Streamer) 길이와 수는 기존 3km에서 6km, 2조에서 8조로 증가했으며, 에어건 용량도 6,000 in 3로 기존에 비해 1.5배 늘어났어요. 국제적으로 지구물리탐사 연구선 규모로는 현 세계 최고 사양이에요. 기존 탐해2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탐사 역량에 있어 큰 도약을 보여줄 거라 믿어요.
탐해3호는 우리나라 해역 밖의 태평양, 북극 등 세계 대양으로 탐사 영역을 크게 넓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의를 가지고 있어요. 따라서 향후 탐해3호는 기존 한반도 주변 해역의 자원탐사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해저자원 탐사, 환태평양 지질재해 국제공동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현재 화두로 떠오르는 국제적 지질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게임 체인저로 자리하기를 바랍니다.
아마 해저자원을 노리는 국가가 우리나라뿐만이 아닐 텐데요. 해저자원 탐사에 선두에 있는 국가가 있을까요? 또, 우리나라는 해저자원 탐사를 이루기 위해 어떤 발전을 이루어 왔을까요?
해저자원 개발은 이미 선진국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분야예요. 일본의 경우, 2025년 자국 EEZ(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 상업적 희토류 생산을 목표로 20년 넘게 해저자원 연구개발을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중국, 프랑스, 영국 등도 공해상 해저자원 확보에 적극적이죠. 우리나라 역시 공해상 망간단괴 등 해저광물 자원탐사 개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왔어요. 그리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최근 태평양 해저에 부존하는 희토류 자원에 주목하여 2020년부터 해저 희토류 분포 양상과 특성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태평양 전역의 시추 코어 시료를 확보하여 태평양 심해저 희토류 부존 가능성과 유망 지역을 파악했죠. 이를 토대로 현재 해저 희토류 부존 유망 해역을 대상으로 신규 지구물리탐사선 탐해3호를 활용한 본격적인 실 해역 희토류 자원탐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해저자원을 탐사하며 해내고 싶은 꿈 또는 바람이 있을까요?
석사 학위 기간에 처음으로 서태평양에서 약 3주간 일본 연구선 승선을 한 적이 있어요. 평온하게 보이는 바다 아래에서 배가 지나가는 길을 따라 여러 종류의 자료들이 얻어지고 분석되어 지구 내부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아주 신기하고 경이로웠어요. 그렇게 흥미로운 해저 모습을 계속해서 볼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일상이에요.
바다에서 탐사선으로 자료를 얻는다는 건 한 사람의 힘이 아닌 매우 큰 비용과 여러 사람의 땀 그리고 수고가 들어가요. 그렇게 얻어지는 귀한 자료들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열심히 연구하는 게 제 꿈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렇게 나온 연구 결과들이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어요. 많이 부족한 연구자이지만 책임감 갖고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