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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 미지의 세계를 추구하다
  • 작성자홍보실
  • 작성일시2022/04/15 16:14
  • 조회수146

지구 종말을 다룬 영화 속 최후의 피난처는 대부분 땅속 공간이다. 떨어지는 운석으로부터, 지구를 뒤덮는 극한의 냉기로부터 살아 남기 위해 주인공들은 지하 깊숙한 공간을 찾아간다. 사실, 지하(地下)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복잡미묘함이 있다. 지하 아케이드와 광장처럼 화려한 상업공간과 함께 반지하라는 주거공간도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하공간은 발달된 도시의 상징이자 감추고 싶은 이면처럼 다가온다. 미디어와 일상에서 시나브로 스며든 지하공간에 대한 생각들을 박의섭 센터장과 함께 나누었다.

 

 

 


땅속 미지의 세계를 추구하다
심층처분환경연구센터 박의섭 센터장

 

 

 

 

1

 

 

 


영화에서는 지하공간이 피난처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하공간은 외부로부터의 접근이 매우 어렵습니다. 건물을 지을 때 사용하는 콘크리트 벽의 두께보다 지하 암반이 더 크고 두껍죠. 방어역할을 합니다. 땅속은 지상에서 일어나는 태풍, 폭우, 폭 설 등의 다양한 기후변화의 위험으로부터 비교적 영향을 적게 받습니다. 지진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땅속 깊이 있을수록 지진에 안전합니다. 지진은 땅속에서 발생하는 움직임으로, 지상으로 충격이 전달되면서 지상구조물에 피해를 주게 됩니다. 하지만 땅속에 있게 되면 지진을 발생시키는 지각과 함께 지하구조물이 거동하기 때문에 충격을 받지 않습니다. 지상구조물은 주로 지표면 또는 얕은 암반에 위치하기에 기반암과 다르게 자유롭게 흔들리고, 피해를 입습니다. 일본에서 발생한 대형 지진의 사례를 보아도 지상과 연결된 지하철의 출구 부분을 제외하고 지하 깊숙한 구조물들은 피해가 적습니다.

 

 

지하공간이 지상공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일정 부분의 지상공간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지하공간이 갖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연중 일정한 온도를 유지 할 수 있고, 미세공기나 기후변화로부터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하지만 지상이 유해가스로 가득차서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이 된 것이 아니라면, 지하공간은 지상공간을 쾌적하게 만들기 위한 공간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지하공간이 사람에게도 안전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거든요. 재난 발생 시 출입구가 막히게 되면 도망갈 곳이 없습니다. 지금 조성된 지하시설물, 예를 들어 터널 같은 경우도 법적으로 중간 지점마다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게 되어 있습니다. 도시의 경우 지하공간이 산업과 교통을 잇는 허브 역할이 대부분이고, 거주 공간의 측면에선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2

심부시추현장

 

 

 

이상적인 지하공간의 활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상공간을 좀 더 사람이 살기 좋은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도록 지하공간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지하공간 대부분이 이런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교통시설이나 사회 인프라의 대부분이 지하로 건설되고 있습니다.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 단지의 경우 대부분 주차장이 지하에 만들어지고 있고요. 또 다른 활용법 으로는 지하공간을 다양한 형태의 저장소로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지하공간 저장소 하면 석빙고, 염장 저장고가 떠오르는데요.
물론 그 경우도 지하공간의 환경적 특성을 잘 활용한 사례입니다. 우리 연구원에서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는 에너지 자원을 지하에 저장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동해지역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액화천연가스 생산기지 부근까지 불이 번지면서 초긴장 상황이 매일 이어졌습니다. 만약 이런 주요 시설이 땅속에 있었다면 화재 위협으로부터 좀 더 안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폭발의 위험 역시 땅속에서 일어난 폭발은 지상으로 노출되지 않습니다. 북한이 지하에서 핵실험을 진행한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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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LPGPliot

 

 

 

 

어떤 에너지 자원을 지하에 저장할 수 있을까요? 국내나 해외에서 진행된 사례가 있을까요?


땅속에서 나온 에너지 자원은 땅속에서 보관하는 게 좋지 않겠냐 는 생각에 해외의 경우 꽤 오래전부터 이런 사업을 진행했습니 다. 대표적으로 오일 저장시설(oil storage facility)이 있으며, 우리 나라도 80년대 이후에 원유 및 프로판 가스 등을 지하에 저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후변화 위기가 닥치고 수소에너지, 신재생에너지 등이 주목받으면서 에너지를 지하공간에 저장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소의 경우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기체상태가 아닌 액체상태로 운반하고 저장하는 것이 좋은데, 수소의 액화온도가 –253℃로 매우 낮습니다. 땅속의 경우 우리 연구원의 실험을 통해 살펴보니 –196℃까지는 지표환경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땅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역량이 고온이나 극저온을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것입니다. 땅 속의 온도 변화가 적은 만큼 지상보다 지하에서 수소를 좀 더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

 

 

지하공간의 활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요?


지하공간이 갖는 장점이 외부와의 격리를 통한 안전성인 것처럼, 지하공간을 활용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역시 안전성입니 다. 지하공간에 저장되는 에너지 자원,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경우 우리가 사는 역사 시대를 넘어 오랜 시간 동안 안전하게 보관되어야 합니다. 특히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 안전한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수십만 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는 지금까지 이어진 인류의 역사와 비교해봐도 상상이 안 되는 긴 시간입니다. 하지만 60억 년에 달하는 땅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긴 시간동안 침해를 받지 않고 유지하는 방법이 많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지하공간에 저장된 물질이 긴 시간동안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저장용기, 저장상태 및 방식 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땅속도 지상처럼 저마다 특성이 다를 것 같은데요.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에 적합한 지점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사람도 사람의 몸을 제대로 알지 못하죠. 그래서 몸의 구조를 알기 위해 엑스레이를 찍고,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하는 것처럼 연구자들이 땅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실험을 진 행합니다. 물리탐사도 하고, 망치질도 해보고, 구멍도 뚫어보면서 땅이 이렇구나’ 이해를 하게 되면 원하는 목적에 맞게 땅속을 활 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걸 특성화라고 부르는데, 땅속 특성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시각화시켜서 목적에 따라 에너지 자원을 빼내기도 하고, 주입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를 위한 모니터링 기술도 함께 연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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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처분환경연구센터 연구실원들

 

 

기후위기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지하공간 활용이 도움이 될까요?


지하공간을 활용하게 되면 지상공간을 더욱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회인프라가 지하로 들어가면서 지상의 자연을 훼손하는 부분을 줄일 수도 있을 테고요. 우리나라는 에너지 저장 관련 기술력이 매우 우수합니다. 지하원유 저장의 경우 해외 시공도 많이 하고 있고, 기술도 수출하고 있습니다. 최근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방안으로 수소 경제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선제적 조건이 수소지중저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하공간을 활용해 수소 에너지를 안전적으로 저장할 수 있게 된다면 탄소제로 사회를 실현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지하 저장 실험을 진행했었다는 박의섭 센터장. 그는 시대에 앞선 선구적인 연구를 하면 어려운 길을 걷게 된다며 웃는다. 도전을 주저하지 않고 지내온 20년의 연구 생활. 후배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초를 만들어주고 지하공간의 활용을 통해 사람이 살기 쾌적한 지상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그의 마지막 목표라고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