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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시2025/01/1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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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땅속과 교감하는 멋진 연구자
- 이창현 책임연구원 (국토우주지질연구본부 심층처분환경연구센터)
2016년 9월 경주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동남권에 존재하는 단층움직임 규명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한반도 동남권에 분포하는 각 단층의 발달 특성을 고려한 응력변화 모니터링 연구가 필요한 시점,
국토우주지질연구본부 심층처분환경연구센터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7년간 한반도 동남부에 총 6개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막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를 간략하게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국토우주지질연구본부 심층처분환경연구센터의 이창현 책임연구원입니다. 2010년 12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입사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약 14년 동안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의 전공은 물리탐사, 그중에서도 탄성파 탐사인데요. 탄성파 탐사를 통해 지하 땅속이 어떠한 모습과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내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국토우주지질연구본부 심층처분환경연구센터의 연구자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적은 막연하게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고등학교 시절 선배를 통해 현재 전공 분야를 알게 되어 학문적 경험과 연구를 계속하다 보니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원래는 원내 기후변화대응연구본부 CO₂지중저장연구센터에서 근무하다가 현 센터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던 ‘한반도 동남권 지진 단층 활동 평가를 위한 심부 복합지구물리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TELLUS 사업)’ 사업의 책임자를 맡게 되어 현재 센터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심층처분환경연구센터에서 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심층처분환경연구센터는 지하 공간을 올바로 활용하기 위한 검증 시스템을 개발하고, 지층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보는 모델링 기술, 움직임을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2016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지진은 원래 예고가 없는 재난이긴 하지만, 국민의 불안감이 조금이라도 해소될 수 있도록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지진에 관해 연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개발한 ‘동남권 심부 복합지구물리 모니터링 시스템’이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각각의 단어를 풀어 설명하자면, 심부는 ‘깊은 곳’, 지구물리란 ‘땅의 물리적 특성’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땅은 암석의 분포, 지표 하부의 지질학적 구조에 따라 다양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구물리탐사란 다양한 땅의 성질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로, 자연적 또는 인공적으로 유발시킨 물리현상을 지표에서 관측하고 그 자료를 활용해 지하의 상태를 규명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심부 복합지구물리 모니터링 시스템은 ‘땅속 깊은 곳에 해당하는 지층의 물리적 변화를 관찰하는 시스템’를 의미합니다.
국내에서 ‘동남권 심부 복합지구물리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5.8 규모의 지진은 1978년 기상청이 계기지진을 관측한 이래 한반도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습니다. 판 경계부에서 다소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는 그동안 지진에 대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큰 지진이 일어나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선제 조치의 필요성을 인지했어요. 지진은 주로 지층이 어긋나 있는 단층에서 발생하며, 이때 활동하고 있는 단층을 ‘활성단층’이라 부릅니다. 활성단층에서는 대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국내에서 활성으로 판단되는 단층은 약 450개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경주~양산~부산을 잇는 ‘양산단층’이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큰 활성단층이라는 겁니다. 이로써 동남권에 존재하는 단층의 움직임을 관찰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고요. 심부 복합지구물리 모니터링 시스템은 경주지진이 일어난 이유를 파악하는 것을 계기로 개발되었습니다. 또 이 시스템을 통해 지진이 일어났을 때 이전 지층의 장기적인 움직임을 살핀다면 일정한 변화 양상을 파악하고 전조 현상을 연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동남권 심부 복합지구물리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시며 어려웠던 점, 혹은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심도 1km급의 시추공을 활용하는 심부 복합지구물리 모니터링 관측소를 구축해야 하기에, 부담감이 컸습니다.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보니, 해외의 사례들은 성공된 결과 위주로 성과물들만 있었고 그 과정에 대한 자료들이 부족한 편이라 6개 관측소를 구축 하는 과정 중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요. 하나의 관측소를 완공하고 나면 다음 관측소는 조금 쉽게 진행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모든 관측소가 땅속의 지질 조건들이 달랐으며 그에 따라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했습니다. 관측소를 세우는 내내 돌발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또 관측소 부지확보가 아주 힘들었다는 점, 코로나19의 여파로 현장 일정의 지연과 장비 도입 및 기술진 도입에 힘들었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심층처분환경연구센터의 ‘동남권 심부 복합지구물리 모니터링 시스템’ 외 성과나 연구 중인 과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 센터의 비전은 기후 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한 지구환경 보전을 목적으로 심지층 공간 활용을 위한 다양한 요소 기술들 개발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한 심부 지층 특성화 기술 개발과 심도 5km까지 조사가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고요. 이러한 연구 중에, 복잡한 깊은 땅속의 온도-수리-역학적 특성 변화나 움직임을 모사하기 위해 컴퓨터를 활용하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5km급 물리검층용 윈치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시추공을 이용하여 현지 응력을 측정하는 장치, 시추공의 휨 정도를 측정하는 공곡 측정 장치를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심부 지층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현재 심층처분환경연구센터가 미래 세대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연구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센터의 이름이 시사하는 것처럼, 깊은 땅속의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들이 수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구 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넣어 가둘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일, 원자력 발전에 따른 폐기물들을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지하 심부 시설 건설 등 지상에 보관할 수 없는 것들을 지하에 처분할 수 있는 심부 처분 공간을 확보하는 연구가 필요하며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수소 저장과 같은 청정 에너지원을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심부 공간 확보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훌륭한 지질과학자를 꿈꾸는 신입·후배 연구자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관심, 열정, 끈기. 이 세 덕목을 좇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특히 관심의 경우 자신의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 분야에도 관심을 두기를 추천합니다. 또 어느 분야에서든 열정적으로 하는 모습은 참 아름답고, 그런 사람은 곁에만 두어도 그 긍정성이 전파되거든요. 또 연구 과정에서 많은 실수와 실패가 있을 것이지만, 끈기를 갖고 배워나간다면 누구든 훌륭한 성과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요즘 가장 주목하거나 흥미롭게 보고 있는 지질과학적 이슈는 무엇이 있나요?
투르크메니스탄(옛 소련국가)에는 ‘지옥의 문’이라는 커다란 가스 분화구가 있습니다. 1971년도 석유·가스 개발 시추 도중 지반이 붕괴되고 메탄가스가 폭발하여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타고 있는데, 정부 발표로는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와 주민의 건강을 위해 다시 한번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앞으로의 연구 방향이나, 연구자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은 무엇인가요?
전공과 관련된 탄성파 탐사와 관련하여 그 적용 대상 분야를 넓히는 데 힘을 쓰고자 합니다. 해외의 탄성파 관련 연구들은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국내의 현실적 제약 조건으로 적용성이 미흡한 부분이 있어 이 부분들을 개선하여 적용성을 확장하고자 하고, 그 과정 중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나 실내 실험실이 아닌 조금 큰 규모의 현장에서 다양한 탄성파 실험을 할 수 있는 현장 실험실을 꾸며보고자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