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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낭만 탐정
  • 작성자홍보실
  • 작성일시2025/04/04 17:00
  • 조회수217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낭만 탐정

 


- 김문기 선임연구원 (지질연구센터) 

 


수억 년의 시간을 품은 땅의 비밀을 추적하는 자지질연구센터의 김문기 연구원이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넌다무성해진 나뭇잎을 헤치고때론 거친 암벽을 오르며땅의 숨겨진 역사를 탐구하고 해석한다

김문기 연구원의 눈빛은 시간을 꿰뚫는 듯 아득하고 고요하다

크고 작은 이 땅의 미제들은 그를 매혹하며그 매혹의 힘으로 지질도라는 땅의 이야기가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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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반갑습니다. 박사님 연구 분야 먼저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2021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입사하여 한반도 주변의 땅의 역사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는 김문기입니다고교 1학년 때 제주도 지질답사를 하며 야외지질학에 매료되었던 것은 지금의 진로와 직장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 경험이었어요학위 과정 동안 우리나라의 고생대 후기 퇴적층인 평안누층군의 층서와 기원지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현재 1:5만 국가기본지질도 제작에 참여 중인데요거금도도폭 및 어청도와 십이동파도도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질도 제작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야외조사에 할애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얼마나 많은 시간을 야외에서 보내시나요?

질문을 받고 찾아보니 작년 근무일 240일 중 90일을 야외조사로 보냈더라고요하반기에는 보고서 작업에 집중하다 보니 90일 중 60일 이상이 상반기 조사였습니다특히 봄처럼 야외조사에 적합한 계절에는 사무실보다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합니다요즘은 서해나 남해의 섬 지역을 조사하기 위해 먼바다로 배를 타고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작년에는 어청도와 십이동파도 등의 지역을 집중적으로 조사했습니다고될 때도 있지만 적성에 맞는다면 여행 다니듯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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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조사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바깥사람이 잘 찾지 않는 농촌이나 어촌을 다니다 보면 말을 걸어오는 분들이 많으세요마을 이장님이나 산불 감시원분들은 단골손님이시고요옛날 선배님들은 간첩 의심까지 당했다는데요즘에도 땅 보러 왔나금 같은 게 나오나약초 캐러 다니나.” 같은 재미있는 질문들을 받곤 합니다지질조사를 한다고 말씀드리면 가끔 돌에 대해 정말로 궁금해하는 분들도 계셔서 설명해 드리기도 하고요.

하지만 누구보다 저희를 반겨주는 건 시골집에 으레 있는 강아지들인데요시야에 들어왔을 때부터 사라질 때까지 동네가 떠나가라 짖는 걸 보면서 저 녀석들도 제 밥값 하느라 고생이 많다는 농담을 하곤 해요.

 

연구원님이 참여하시는 1:5만 국가기본지질도는 100년에 걸쳐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들었어요지질도 제작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질도 제작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영국은 지난 200년 동안 여러 차례의 개정 작업을 거치며 지질도를 발간해 왔습니다현재 저희 연구원은 1924년부터 지금까지 전국을 359개 구역으로 나눈 1:5만 국가기본지질도를 제작하고 있어요각 구역은 대략 20 x 15km 내외인데요두세명의 연구자가 이 구역 내 수백 곳의 지질을 샅샅이 조사하고 분석하여 지질도와 보고서에 담아냅니다.

한 구역을 완성하는 데 평균 2년이 소요되는데 실제로 작업해 보니 2년이라는 시간도 꽤 빠듯하더라고요약 열 명의 연구자가 두세 명씩 팀을 짜 지질도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발간할 수 있는 구역의 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이로 인해 10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기도 하고요또한오래전 제작된 지질도는 당시의 지식과 분석 장비기술력을 반영하기 때문에 현재 기준으로는 미흡한 부분도 존재합니다. 1:5만 국가기본지질도의 1차 발간이 완료되더라도 이러한 부분은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해요.

 

지질도를 제작하시는 입장에서 특별히 관심 가는 땅이 있으실까요?

국토 활용에 있어 폭넓은 쓰임새를 갖는 핵심 기초 자료로 지질도를 바라본다면국민 다수의 삶의 터전인 도시 권역 지질의 중요성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작년에 신규 발간된 1:10만 지질도 중 서울도폭도 그러한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봐요. 1:5만 지질도 중 대구도폭전주도폭 등의 경우 수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구역임에도 1920년대에 제작된 지질도를 사용하고 있는데요고품질의 정확한 지질정보 제공을 위해 수정하고 갱신하는 작업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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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어보니 지질도 제작이 꽤 고된 작업으로 느껴져요땅의 역사를 밝혀내는 데서 어떤 매력을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지질학에서 특유의 낭만을 느끼곤 합니다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일상적인 사물은 물론 역사적인 유물이나 건축물혹은 아름드리 고목들도 길어야 천여 년에 불과한 나이가 대부분인데요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도 흔히 수천만 년에서 길게는 수십억 년을 지나왔다는 것은 흥미롭죠땅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이건 몇만 년밖에 안 됐네.”일 정도니까요그 까마득한 시간을 거슬러 올라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추적하는 탐정이자 이야기꾼이 되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입니다.

또한지질도는 수명이 굉장히 긴 자료입니다. 1924년에 만든 지질도를 저희가 아직 기초 자료로 쓰고 있는 것처럼 지금 저희가 만드는 지질도가 100년 후에 쓰일 수 있죠그런 작업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질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실 만한 여행지가 있을까요?

학위 연구 지역이기도 한 강원도 태백은 지질학그중에서도 저처럼 퇴적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성지와도 같은 곳입니다구문소와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태백석탄박물관과 철암탄광역사촌용연동굴인접한 삼척의 통리협곡과 미인폭포까지 지질학적으로 의미 있고 자연경관과 견학 측면에서도 훌륭한 명소들이 가득합니다지질학을 소재로 삼은 웹툰 달이 내린 산기슭을 읽고 간다면 두 배로 즐거운 경험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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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역사를 밝히는 연구자로서 지구에게 짧게 답장을 써주신다면요.

가수 이랑의 박강아름이라는 노래가 있는데요후렴의 가사는 이렇습니다. ‘박강아름은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살고 있을까 박강아름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내가 아닌 누군가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이 담긴 곡인데요지구에게도 그 노래를 불러줄 수 있을 것 같네요.

 

앞으로 연구자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은 무엇인가요?

저는 수고로움으로 인해서혹은 노력 대비 예상되는 성과가 작다는 이유로 더 이상 잘 연구되지 않는 한국 지질의 크고 작은 미제들을 해결하는 데 관심이 있어요현대 과학 기술의 최첨단에서 촌각을 다투며 진행되는 연구들을 보며 느끼는 경외감도 있지만요아무리 지역적이더라도 내가 나서지 않으면 수십 년 뒤에도어쩌면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수도 있는 질문들에 답하며 인류의 지식을 넓혀나가는 것도 그 나름대로 보람 있는 일이더라고요일종의 사명감인 셈인데요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 풀어나가고 또 그럴 수 있는 후학들을 양성하는 것이 연구자로서의 목표이자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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